26년전 오늘...
가을비가 유난히 많이 내렸습니다 ...
하루 종일...
아마 어두워서야 빗줄기가 가늘어진 것 같은데
여고 3학년이었던 제게
시월의 어느 멋진(?)날인지 이상한 날(?)인지가 되어 버린 그날 ^^
12월 초인가 치룬 대입학력고사를 불과 한 달 남짓 남겼을 때였고
거리엔 온통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흘러나오던 그날...
그 비가 여고 3학년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어요...
진학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 십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아쉬움과 비...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야자(야간 자율 학습)를 마치고 10시에 교문을 나서며
버스정거장까지 친구들과 같이 걷던 그 길..
시월의 마지막 밤
가로등 빛이 빗물에 반사되어 퍼져나가는 ... 지금도 눈에 선한 아름다운 가을밤이었어요...
지금도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분명한...
집에 10시 반인가 도착해서, 조금 쉬고 있을 때...
11시 다되어서인가 전화가 한 통 걸려왔어요
전화를 건네주던 엄마의 당황하던 모습도 보이는 듯 하고 ...
술이 잔뜩 취한 대학교 3학년 아저씨(?)가
(그땐...아저씨라고 불렀어요..마땅한 호칭이 없어서...)
“지금 비 온다 ...
열심히 공부하니?
열심히 공부해“
이 말을 하곤 전화를 끊었어요...
엄마는 바로 앞에 서서 지켜보고 있고 ...
아무리 고3은 감정도 없는 공부벌레여야 한다고 학교에서 다그치고 있었지만...
그 여학생 ...
마음이 뒤숭숭해서 한잠도 못 잤습니다 ...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 한 통화 때문에
그냥 전화내용대로 공부나 열심히 하면 되는데 ...
십대의 설레임이 ...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묘한 여운이 ...
<신청곡>
이용 -- 잊혀진 계절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주님의 숲 (그 아저씨가 좋아하는 곡이예요 ㅎㅎ)
*아..그 아저씨요...
지금은 제 소중한 동반자이자 친구랍니다 ...
비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