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그네스

by 모카 posted Nov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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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우리 중2 딸과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보았어요. 고전이 된 연극이고, 많이들 보셨겠지만, 저는 이제야..^^;;; 학교 연구실로 티켓을 들고 온 청년들의 노력이 갸륵하야.. 두 장을 사들고.. 이걸 딸하고 봐야 하나.. 고민을 했네요.. 왜냐면, 대강 듣기로 수녀님이 아기를 낳아 죽였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이걸 아이가 소화할 수 있을까... 그 문제는 보고 따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겠다는 원칙을 앞세워, 일단 가기로 했어요..

  빈약한 지방의 문화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해보고자 하는 아마추어들을 도와준다는 반쯤은 자선이다..라고 생각하고 지하 소극장에 자리 잡고 앉았어요. 출연 배우는 원장수녀님, 아그네스 수녀,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셋 이었네요.

  젊은 아그네스 수녀가 아이를 낳아 탯줄로 목을 졸라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아그네스 수녀는 당시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판단을 못합니다. 원장 수녀님과의 대화에서 답을 얻지 못한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은 아그네스와 대화와 최면 치료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갇혀 학대 속에 살면서 자신의 가치를 부정당한 아그네스 수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자아의 성장이 멈춰버리고 말았어요. 거기다, 원장수녀님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서 결국, 아그네스 수녀를 영아살해범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지요. 아무죄도 없는 어린 영혼 아그네스가 괴로움을 당하는 것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오버랩되면서 닥터 리빙스턴은 종교(천주교)의 무능과 무기력에 분노를 터뜨림니다. 신은 왜 인간에게 특히 죄없는 인간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가..  천주교는 어떤 대답을 줄 수 있는가..

  우리 딸에게 닥터 리빙스턴의 의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즉각 나오는 답이.. “인간이 죄인이라믄서, 그래서 세례 받아야 하는 거고.. 하느님은 왜 인간을 죄인으로 만드신거야, 아담과 이브하고 우리하고 무슨 관계라고..” 뭐 이런..^^;;; (교리공부시간에 졸지는 않았던 모양임니다..;;;) 그 문제가 그리 고민스럽지는 않았던 모양인 것이.. 아직은 고통이 와닿지 않는 명랑소녀 울딸..

  저는 리빙스턴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면서, 고 이태석 신부님이 떠오르더군요.. 구체적으로는 신부님이 중학생때 만드셨다는 그 노래의 가사가.. 인간은 왜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 하느님 주신 답이.. 서로 사랑하라.. 였다는 내용이었던거 같은데요.. (마침 티노 신부님이 그 노래, <묵상>을 들려 주시네요..^^ 이어진 가사는 세계평화 위해 모든 것을 받쳐 영원히 기도하리라는 내용이군요..이런 진리를 중학생때 이미 깨달았던 이태석 신부님.. )

오래된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오래된 문제이지만,  늘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를 던져 줍니다. 인간의 고통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신의 아그네스’는 ‘하느님의 어린양’, 희생제물로 예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원)죄없는 존재의 희생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구원의 길을 되돌아 보게 하시는 걸까요.. 인간은 누구나 고통 속에서 허덕일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그런 불쌍한 인간들끼리 서로 보듬고 돌봄으로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그 나라를 지상에 만들어 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그것이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아닐까요..

왜 인간은 고통속에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인류의 현자들이 고민하면서 나름 답들을 주셨어요.. 공통된 답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거죠..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위해 주라.. 믿는 이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결국 주님의 뜻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인간의 고통에 눈뜨게 되는 것은 은총인것 같습니다. 내 안의 고통을 들여다 보고 어루만져 주시고, 주변의 고통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기도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 삶을 살피는 대림시기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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