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한 신앙인 일기 최초 공개

by 두레&요안나 posted May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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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조한유·조한금·최건씨.
 ▲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일기를 보고 있는 최건씨.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눈앞에서 목격한 신앙인들의 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 기록물이 됐다.

‘5·18 민주화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측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신청을 하기 위해 5·18 기록물을 꾸준히 수집하던 중 당시 상황을 소상히 기록한 시민들의 일기 및 필름 등을 기증받게 됐다”고 밝혔다.

일기를 기증한 조한유(베드로)·조한금(카타리나)·주이택(바오로)씨는 모두 신자로, 당시 상황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도 기도를 하며 주님을 찾음으로써 신앙인으로서 주님께 의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감동을 준다.

당시 동아일보 목포 주재기자로 일했던 최건(알퐁소)씨의 취재수첩과 당시 전남매일 사진기자 나경택(아오스딩)씨의 흑백필름도 등재신청 신규 기록물로 추가됐다.

이들의 5·18 기록물은 10~19일 광주광역시 5·18 기념문화센터 자료실에서 최초로 공개 전시된다. 전시에 앞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몸소 겪었던 신앙인들의 증언과 생생한 신앙 고백을 발췌해 소개한다.



■ 조한유(베드로·당시 광주우체국 통신과장으로 근무·광주대교구 꾸르실료 주간 등 역임)

- 5월 19일 : 오전 10시50분쯤 충장로 상가에서 남녀 다수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재빨리 그쪽으로 가서 창틈을 비집고 내다봤더니 젊은 시민 한 사람을 무릎 꿇리고 웃옷을 반쯤 벗겨놓은 채 방망이로 등 허리 어깨 배를 때리는 폭력이 자행된다.

다른 무장 군인들도 마치 쥐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쥐를 잡으려는 성난 고양이처럼 몽둥이를 휘둘러댄다.

- 5월 20일 : 금남로 가톨릭센터 앞을 지나면서 허무한 폐허를 본다. 유리창문은 산산이 깨어져 구멍 뚫린 건물이 됐고, 그 안에 어제 있었어야 할 ‘지성인 교리시간’은 이제 얼마나 후에 갖는단 말일까!

소문에는 계엄군의 총을 뺏으려고 학생시민이 투석해서 깨진 잔영이라는데 가톨릭이 이 무슨 수난의 심벌(symbol)인가!

- 5월 21일 : 종일 최루탄 가스를 마셨다. 하느님, 당신은 이 땅에 이토록 민주화를 어렵게 극기한 후 쟁취시키시는 것입니까! 오 하느님!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이리도 많사옵니까? 이 나라는 얼마나 불행한 국민이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 5월 22일 : 이 땅에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나온 이 순박한 민족의 애국심이 하나로 일치되게 하시옵소서. 당신의 거룩한 사랑의 질서 안에 서로를 용서하고 희망을 심어주고 고통을 덜어주고 헌신하는 마음을 갖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나이다. 아멘.

■ 조한금(카타리나·조한유씨의 여동생, 최건씨의 부인)

- 5월 25일 : 혼자 성당에 갔다. 광주 계림동과 북동 신부님이 행방불명 되셨다고 말씀하셨다. ‘성체 조배’를 했다. 그 앞에 꿇어 앉아 끓어오르는 격렬한 오열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울면서 주님께 기도했다. 정말 우리는 왜 이토록 당해야만 합니까. 지금 광주에서 겪고 있는 이들의 고통 당신께서는 아시겠지요. 주님 우리가 다 같이 회심하게 해 주십시오.

- 5월 27일 : 열흘 동안의 전쟁(?)은 이제 끝났다. 그러나 마음으로 입은 그 큰 상처는 누가 치유해주며 그보다도 이번 일로 죄 없이 희생된 수많은 인명, 그리고 특히 전대, 조대의 그 많은 학생들은 어디 가서 찾아오며, 어떻게 복구하고 어떻게 보상한다는 말인가.

■ 주이택(바오로·당시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 운전기사)

- 5월 18일 : 천주님! 드디어 큰일은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0시를 기하여 정부는 비상계엄을 해제하기는커녕 비상계엄을 더욱 강화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천주님! 이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고요한 일요일에 이렇게 처녀의 옷을 벗기고 칼로 찔러서 유방을 도려내는 그들의 만행, 젊은 건강한 청년들만 보이면 무조건 잡아와서 죽지 않을 만큼 무자비하게 때리고 밟고 옷을 벗기고 칼로 찌르는 행위를 보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천주님! 도와주소서.

- 5월 19일 : 천주님! 드디어 날은 밝았습니다. 저도 대주교님을 모시고 센터로 출근을 했습니다. 오전 9시경 많은 사람들이 금남로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왜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느냐”고 따지며 “우리도 오늘은 참지 못한다”고 맞섰습니다.

저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하느님께 기도하며 울었습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모두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결심을 하고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센터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고 우리 차도 무자비하게 부서져 있었습니다.

- 5월 27일 : 천주님! 오늘 새벽에 수많은 총성이 울리면서 온 광주 시내는 죽음의 늪으로 물들었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한 역사의 순간들! 다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순간들이지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순간들입니다.

수많은 죽은 자들은 어떻게 장례를 치를 것인가. 죽은 가족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암담하기만 합니다.

천주님! 진정 이 나라를 굽어 살피소서. 돌보아 주소서. 광주 시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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