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참 정체성 찾기

by 무필실베리오 posted Sep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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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25주간 금요일 - 참 정체성 찾기




    펠리컨이란 새는 새끼에게 줄 먹이가 없으면 부리로 자신의 가슴살을 뜯어 먹이고
    그 피로 목을 축여줍니다. 이는 어미이기 때문에 가능한 희생입니다. 이런 희생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있습니다. 구소련에 속해 있던 아르메니아에서 무려 5만 5000명이 참사를 당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 9층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스잔나라는 엄마와 네 살 난 딸 가이아니가 철근과 콘크리트
    틈새 속에 갇혔습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갇혀 있었는데 가이아니는 엄마 옆에 누워서
    “엄마, 목말라”라는 한 마디 말을 계속 토해냈습니다. 움직일 수도 없었던 엄마는 딸의 목을
    축일 방법을 고민하다 조난당한 사람들이 먹을 것, 마실 것이 없을 때 피를 나눠 마시던
    TV 장면을 기억해냈습니다. 어둠 속에서 엄마는 손을 더듬어 깨어진 유리조각을 하나 찾았고,
    지체 없이 손가락을 찢어 흐르는 피를 딸의 입술에 축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이 주일이 지났고
    그들은 극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다음 블로그, ‘햇볕 같은 이야기’) 우리는 태어날 때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그 부모를 확신하게 되는
    것은 자라면서 이와 같은 희생을 눈으로 보는 덕분입니다. 어머니만이 자녀를 위해 그런 희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낳아 준 것만이 아니라 자녀를 위해 희생하기에 어머니인 것입니다. 얼마 전엔 네 아기를 화장실에 버렸던 어머니가 잡혔는데 그 사람을 어떻게 네 자녀의 어머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탈리아의 문학가 지오반니 파피니(Giovanni Papini, 1881~1956)는 처음엔 하느님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였지만 어머니의 희생으로 복음을 전하는 신앙인 문학가가 되었습니다. ‘진짜 이런 일을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의 회개에 관해 여러 블로그에 떠도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가 중병에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을 때 한 사람이 그 어머니에게 인육(人肉)을 먹이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허벅지 살을 조금
    끊어서 요리해 아들에게 먹였고 정말 아들이 낫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그 고기를 또 한 번 먹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번에도 자신의 살을 베려다
      동맥을 잘라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아들은 이 광경을 보고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지난번에 먹은 고기도 어머니의 살이었군요!” 어머니는 그 목소리를 듣고 간신히 정신을 차려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나는 죄 많은 몸으로 너를 구했지만 예수님은 죄 없는 몸으로 우리를 위해서 살을 찢으시고
      피를 흘리셨단다.” 그 후 그는 ‘그리스도의 이야기’ ‘떡과 포도주’ 등의 저술로 여생을 가톨릭 신앙을 전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으십니다. ‘제자들’이란 여러 명을
      지칭함으로 교회를 상징합니다. 그 교회의 대표인 베드로가 이렇게 증언합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직 베드로 위에 세운 교회만이 그리스도께 대한 참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엄중히 당부합니다. 왜냐하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후에 사람들은 그 분을 자신들의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참 정체성은 대접 받는 데서가 아니라 ‘희생’함으로써 얻어집니다. 자녀를 위해 아무 희생도
      하지 않는 부모는 참 부모가 되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그리스도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 수난해야 함을 천명하십니다. 희생하기 이전엔 참 그리스도가 되지 못하는 것이고
      그래서 당신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이들을 멀리해야 할 필요가 있으셨던 것입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서 탈출하려다 잡힌 죄수를 대신해 아사(餓死)의 고통을 스스로 원해서 순교하신
      막시밀리안 꼴베 신부님을 기억합니다. 이렇게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때 참 사제의 정체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 그것이 누구이든 죽어야 비로소 내가 되는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고, 아들이고, 형이라는 등의 정체성을 말하기 전에 참으로 부모로서 자녀로서 형제로서
      희생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야합니다. 또한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원자가 되기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였는데, 우리는 그 분의 참 제자가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