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보좌 주교님으로 서임된 손희송 신부님의 페이스 북에서 ( "좋은 인연 " )

by 중계동_가별 posted Aug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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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

제 주보성인은 서방 수도회의 사부(師父)라고 불리는 베네딕토 성인((480-547)입니다.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유아세례 받으면서 베네딕토라는 본명을 받으면서 그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매 해 7월 11일 베네딕토 축일에는 축하 인사를 받고는 했습니다. 
본당 주임이었을 때에는 본당 차원에서 큰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신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는 신학생들에게, 
교구청 국장으로서는 직원들과 단체로부터 따뜻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올해 2015년 초반에는 성지순례 중에 베네딕토 성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수비야코, 몬테카시노를 방문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순례가 끝나던 무렵인 3월 4일 늦은 오후에 몬테카시노 수도원 대성당에 도착하여 지하성당에 모셔진 성인과 그 동생 스콜라스티카 성녀의 묘소 앞에서 잠시나마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성인께 ‘이제야 찾아뵙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리는데, 그 순간, 예언자 엘리사가 스승 엘리야 예언자와의 이별을 앞두고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 주십시오,”(2열왕 2,9)라고 청했던 것이 언뜻 생각났습니다. 그 청을 벤치마킹해서, “스승님, 당신 영의 두 몫이야 감히 바랄 수도 없으니 그저 한 몫이라고 주세요.‘라고 청 했습니다. 

그리고 약 4개월 후 제 본명 축일 즈음인 7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를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몬테카시노 대성당 베네딕토 성인 묘소 앞에서 기도 바치면서 그분께 청했던 성인 영의 한 몫이 이렇게 이루어졌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에고,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반 몫’만 청할 것을 그랬나하는 후회스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임명 축하한다는 인사는 쏟아졌지만, 제 마음 안에서는 부담과 두려움이 커져갔습니다. 

문득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황 선출 직후에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 추기경단은 주님 포도원의 평범하고 미천한 일꾼인 저를 선출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불충분한 도구를 사용하여, 일하고 활동하는 법을 아신다고 하는 사실이 저의 걱정을 달래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기도에 의지합니다.” 
이 말씀이 많은 위로가 되었고 부담과 걱정을 많이 덜어주었습니다. 

주교 임명 직후 폭풍 같은 며칠이 지나고 주교 서품을 준비하기 위해 왜관 성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피정을 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존경하는 제 주보성인을 사부로 모시는 수도원에서 피정을 하고 싶었기에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수도자들과 함께 하루에 5번 기도와 미사를 바치면서 불안과 걱정, 두려움으로 출렁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애를 썼습니다. 

베네딕토 수도원의 8일 피정 끝 무렵 제 마음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이 녀석아! 우는 소리 그만해라. 네가 너를 교황으로 임명한 것도 아닌데 웬 엄살이냐? 넌 그냥 보좌주교야. 교구장 주교를 도와서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야. 내가 널 불렀는데 안 도와주겠냐?” 

제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 생각인지 하느님이 주신 위로의 메시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의식적으로 반복해서 떠올리면서 출렁거렸던 마음이 많이 잔잔해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위로와 힘을 얻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참 많이 도와주셨구나 하는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그분과의 좋은 인연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 

제 주교 임명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속적인 기도를 부탁합니다. 기도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드리는 부탁입니다.

손희송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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