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사 이야기 - (출처: 손희송 주교님 페이스 북 )

by 중계동_가별 posted Sep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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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송
어느 수사 이야기

어느 문제 수도원에 한 늙은 수사(修士)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늙은 수사가 왔다는 소문에 젊은 수사들이 
밖으로 우~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백발이 성성한 노(老) 수사를 보고 말했습니다.
“왔구려! 어서 식당에 가서 접시나 닦으시오.”
노 수사가 숨 돌릴 여유도 주지 않고 젊은 수사들이 노 수사에게 말했습니다.

이 수도원에서는 처음 부임한 수사에게 그런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노 수사는 머리를 숙이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하고는 곧장 식당으로 갔습니다.

노 수사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한 달, 또 한 달, 그리고 또 한 달을 접시만 닦았습니다. 젊은 수사들은 말없이 그리고 불평하지 않고 일하는 노 수사를 얕잡아 보고는 그에게 멸시와 천대와 구박을 쉬지 않았습니다.

석 달이 지난 즈음에 수도원 감독자가 이 수도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젊은 수사들은 책잡힐 일이 있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감독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감독은 수도원의 원장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는 
그 수도원의 원장을 찾았습니다.
“원장님은 어디 가셨는가?”

수사들이 대답했습니다. “원장은 아직 부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감독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무슨 소린가? 내가 로렌스 수사를 이 수도원의 원장으로 임명하였고 또 이곳으로 파견한지 벌써 3개월이나 되었는데?”

이 말을 듣고는 젊은 수사들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노수사가 원장이란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 식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 늙은 수사가 식기를 닦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이 수도원은 가장 모범적인 수도원이 되었습니다.

노 수사는 어떤 명령도 설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섬김 앞에서 모두가 변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야 수도원장인줄 압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 비추어보면
진정한 수도원장은 높은 곳에 앉아 있지 않고 
오히려 비천한 곳에서 지극히 작은 자와 더불어 남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로렌스 수사처럼, 예수님처럼 낮은 곳에서 말없이 섬길 때 비방과 싸움은 사라지게 됩니다. 오늘날 말과 교훈과 설교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시끄럽고 요란합니다. 섬김과 희생이 없습니다. 모두가 높은 곳에서 떠들고 있습니다. 확성기와 마이크로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듣지 않고 감동하지도 않습니다.

오늘날 교회와 사회에 비난과 비방이 너무 많고 도를 넘었습니다. 선을 넘어 갈 데까지 갔습니다. 너무 시끄럽고 과격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이 시대에 그리고 우리 교회에 로렌스 형제가 되고 예수님이 되어 더 낮은 곳에서 말없이 섬깁시다. 구제하고 칭찬하고 화목케 합시다.

교회는 섬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직분은 높은 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을 위한 자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섬김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어린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섬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섬김을 받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방식들이 공동체를 메마르게 만듭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섬겨야 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섬겨야 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녀가 부모를 섬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자녀를 섬기는 것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섬겨야 하고 아기는 섬김을 받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섬기는 겁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의 연조가 깊어질수록 섬김이 많아져야 합니다. 
직분을 받을수록 더욱 섬겨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전보다 섬김이 많아졌다면 그만큼 성장했음을 알아야 합니다.

“너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 23,11-12)

♤ 교회의 중요한 직책을 맡은 저에게 어느 수녀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높아질수록 더 많이 섬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글입니다.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 제게는 분명 ‘족쇄’가 됩니다.^^^
‘좋은 이야기는 다 해놓고 왜 그대로 실천하지 않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질타가 두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에 저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글을 올립니다. 

‘섬김’은 예수님 자신의 삶이고, 그분을 믿고 따르는 모두, 곧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본받아야 하는 삶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섬김의 모범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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