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가의 기쁨] 현정수 신부 (하)
개인 고백 넘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다
■ 딜레마
‘진리에 반항하고 싶지 않아/언제까지나 주님과 함께’
두 가지 선택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딜레마’라고 한다. 그 제목처럼 ‘딜레마’란 곡은 듣는 이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이 곡도 성가인가?” 강렬한 그룹사운드 반주에 랩까지 담고 있는 이 곡은 기존의 성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딜레마’ 때문에 전례 음악이 망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딜레마’는 전례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곡이 결코 아닙니다. 제 개인의 신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곡이죠.”
현정수 신부는 군 복무 시절 ‘딜레마’를 썼다. 어느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제대하고 신학교에 다시 갈 수 있을까?’란 고민이 계속 올라왔다. “반항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었어요. 신학교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딜레마’에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끊임없이 찾고 고민하던 젊은 신학생의 몸부림이 담겨 있다. 신나는 분위기와 랩에 가려진 이 곡의 참 매력이다.
신학생의 고민에서 출발한 이 곡은 개인의 고백을 넘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딜레마’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갈등하고 고민하게 된다.
“딜레마의 가사 중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알면서 모른 체 그러는 것인지/하늘과 그대만이 알아요/자신을 속이지 마요’ 하느님께서는 양심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죠. 그것을 우리가 모른 체 하기 때문에 힘들어 지는 것은 아닐까요?”
■ 아이야
‘아이야 내 사랑 아이야/아이야 결코 너를 잊지 않겠노라’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잊을 수 없지만 잊고 싶은 사건과 마주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다.
“사건 직후 팽목항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은 아수라장이었죠. 그런데 눈을 감고 있으면 딱 하나의 소리만 들렸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애타게 부르는 부모들의 절규였습니다.”
현 신부는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부모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을 써내려갔다.
“예수님께서 라자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자고 있는 것이란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거라.’ 유가족들에게 그 말씀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현 신부는 ‘아이야’의 부제처럼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곡이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작권을 개방했다. 또한, 이 곡을 통해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길 바랐다.
현 신부는 올해 새로운 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남기 농민의 이야기를 담은 ‘흙이야’라는 곡이다. 노래를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던 현정수 신부. 이제는 신앙인이, 특히 신앙을 가진 청소년들이 세상과 교회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