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고생하는 "김치"

by 가청가 posted Feb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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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김치를 담갔습니다.
베트남에 와보니. 이곳 사람들이 한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국 연속극을 얼마나 재미있게 보고 있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 연속극이 재미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정작 본 것이 없고....
아무튼 한국 하면 김치를 떠올린답니다.
그래서 나라를 사랑하고 알리는  마음으로
김치를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담아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김치....
우선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를 한 후
시장에 가서 재료를 준비하고....
열심히 하루를 걸려 담았죠....
첨에는 맛있다고 하시던 신부님께서
하루 이틀...잡수시더니....
이거 베트남김치가 훨 맛있네....하시는 거예요...
아니...무슨 소리..
그래서 베트남 김치를 먹어봤죠....
아주 시고, 아주 달고, 아주 짜고.
더운 열대지방이라 음식맛이 강해요...
그런 김치맛에 길들여 있다면
한국 김치는 당연히 밋밋할 수 밖에......
그런데 충격은 보좌신부님의 말씀....
한국식당에서 먹는것과 수퍼에서 사먹는 한국김치가
훨 맛있다는 것...그러니 그렇게 힘들게 담지 말고
수펴에서 사오래요....이구 이구....이구...
뒷머리가 띵하고....앞이 안보이고 ......
그런데요.....오시는 손님분들은 맛있다는 것이예요....
그래서 오시는 분들이 맛있다면 무조건 싸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신부님, 수녀님 할 것없이
어떤 때는 한주에 한번도 김치를 담가요....배추를 쑹덩 쑹덩 썰어서....
뭐 별거 있나요..김치라는 것이...젓국물에 고추가루 풀고, 마늘 생강넣고
파, 양파, 당근을 썰어 넣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맛추고.....
그리고 가끔은 새우도 사서 갈아 넣고
하루쯤 밖에 두었다가 담날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 먹으면 전 제가 한 김치가 맛있던데.....
혼자서 꾸역 꾸역 먹죠.....
국물까지 밥말아서.....이국에서 먹는 김치 맛....최고죠....
그런데....ㅠㅠ
아무튼...
오늘은 배추를 약 6키로그램을 샀어요.
수요일에 장애아들이 40명쯤 오는데....제가 담근 김치를 먹게 하고 싶고
싸서 보내고 싶어서....아침부터 시장을 봐서 이제 끝을 내고 통에 담으려 하니..
두 통에 넣었는데도 아직도 김치가 남아 있어요.....
또 시장에 가서 통을 사야해요...아마 제가 산 통만해도 20개는 넘을 거예요....
아무리 함께 사시는 신부님들이 맛없다고 해도...
한국김치가 타지에서 고생을 한다 해도..
굳세어라.....열심히 담아........
이사람, 저사람 주는 기쁨...외교 아닌가요?
그런데.....ㅎㅎ 제가 담근 김치때문에
한국 김치이미지가 영 아님 어쩌나....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솜씨가 고작.......이 것 밖에 안되니....
진작 배워볼 것을 싶은 맘도 굴뚝이지만 어쪄겠어요...

지금 제 뒤에선 김치냄새가 진동하는 부엌에서
컴을 켜놓고......잠시.....인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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