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새집 - 도종환

by 두레 posted May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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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새집 - 도종환


달도 없는 밤, 별마저 날이 흐려 보이지 않는 하늘은
어두운 장막의 바다입니다.
소쩍새 우는 소리가 밤바다 같은 하늘 위로 물결 소리처럼
툭툭 떨어지고 있습니다.

낮에는 하루 종일 흙집 수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흙으로 지은 집이라 한두 해에 한 번씩은
벽을 흙으로 발라주어야 합니다.
그냥 두면 벽의 흙이 푸스스 쏟아져 내리기도 하고
추녀 끝에 흙이 떨어져 내려 집의 뼈대가 흉하게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에 여름이 오기 전에
한 번씩 진흙을 물에 이겨 발라줍니다.

저희 집은 사방 뺑 돌려 추녀가 있어 더 힘듭니다.
사다리를 옮겨 가며 일을 해야 하는데다 흙을 떠서
올려주는 사람, 바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주리에서 아저씨 세 분이 오셨고 윗집의
일 잘하는 후배 둘이 와서 거들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새참으로 먹을 막걸리가 부족해서
과일과 먹을거리를 사러 회인면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쉬며 막걸리 한 잔씩을 하는데 새 두 마리가
연신 날개를 파닥거리며 추녀 주위를 오고가거나
벽에 매달려 우짖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 아차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새들이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산다는 걸
깜빡 한 것입니다.

“추녀 아래 구멍 난 곳을 다 메우면
새들이 살 집이 없어지는데요.” 했더니
아저씨 한 분이 “그렇잖아도 아까 추녀 끝에
지푸라기 같은 것이 매달려 있어 잡아 다녔더니
새집이 딸려 나오더라고” 하는 것입니다.

“한 손으로 추녀를 잡고 일을 하는 터라
그만 알 여러 개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어.
말 안하려고 했는데.....” 하시는 겁니다.

사람 살 집 고치느라고 그만 새들이 살던 집이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사방이 진흙에 막혀 살 곳이 없어진 걸 본 새들은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낳아 놓은 알들이 땅에 떨어져 깨지고
살 집을 잃은 새들은 오늘 밤 어디서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까요.

어미 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걸 달래느라 아빠 새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별도 달도 없는 밤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잠을 못 이루며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을까요.

소쩍새 우는 소리만 밤바람을 따라 흘러갈 뿐
다른 새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그 두 마리 새들도
얼마나 큰 소리로 울고 싶었을까요.
나 역시 미안한 마음에 어두운 창밖만 쳐다봅니다.

- 도종환 시인의  산방일기-
도종환 시집중에서 한번  올려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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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요안나입니다,
저는 광주 교구 송정2동 원동 본당에
다닌  신자인 요안나입니다,
여렸을때 신동에 다녔다가
현제는 원동에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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