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제비와 한 오라기의 풀
한 마리의 제비가
천하의 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한 마리의 제비가 나는 것을 보고
능히 천하의 봄을 감득할 수는 있다.
푸른 잡초의 싹을 보고도
천하의 움트는 춘색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작더라도
그 한 가지 움직임 속에
전체의 모양을 엿볼 수 있다.
봄을 찾기 위해서 일부러
명산려수(名山麗水)를 찾지 않더라도
눈앞에 한 가지 움직임 속에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또 극히 짧은 순간 속에
우리는 영원을 감득할 수 있다.
영원은 순간 속에 있고
순간은 영원에 연결되어 있다.
이 이치를 깨닫고 한 개의 물건이,
혹은 한 때의 순간이 가진
본질을 마음속에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우선 자기 눈앞의 일을
깊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기 앞에 있는 것은
평범하고 하찮은 것이고,
먼 곳에 신기하고
뛰어난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주의 섭리는
한 오라기의 잡초 속에도
여지없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 채근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