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모녀의 사랑이야기

by 두레&요안나 posted Aug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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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모녀의 사랑이야기 ♣

"민연아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엄마의 자명소리에 눈을 떴다. 늘 그랬다는 듯 나의 시선은 유리깨진 낡은 시계를 향해 있었다. 시간을 보고 나는 인상부터 찌푸리고 언성을 높혔다. "왜 지금 깨워줬어!!! 아우 짜증나!! 쾅.." 방문소리가 세게 울려 퍼졌다.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연아, 미안하다. 엄마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아씨.. 또 감기야? 그 놈의 감기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 "늦게..깨워줘서 미안하구나.. 자.. 여기.. 도시락 가져 가렴.." 타악!!! "됐어! 나 지각하겠어! 갈게!!" 도시락이 바닥에 내동댕이 처졌다.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갔다. 뛰어가면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말없이 주섬주섬 내팽겨진 도시락을 다시 담고 있었다. 창백했다. 여느 때보다 엄마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하지만, 늘 엄마는 아팠기 때문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례시간이다. 이번 주 토요일 날 수학 여행을 간댄다. 가고 싶었다. 가서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가난이란 걸 깨끗히 잊고 오고 싶었고 엄마도 잠시 동안은 잊고 싶었다. 집에와서 여느 때처럼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인상이 먼저 찌푸려졌다. "어어...우리 민연이 왔어..?" "엄마! 나 이번 주 토요일 수학여행 보내 줘!" 다녀왔다는 말도 안하고 보내 달라고만 했다. "어.....수학..여행이라구....?? "어.""얼만..데..?" 엄만 돈부터 물어봤다. 우리집안 형편때문에 가야될지 안 가야될지 고민 했었다. "8만원은 든다는데?" "8.....8만원 씩이나...?" "8만원도 없어? 우리 생그지야? 그지?" 이런 가난이 싫었다. 돈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가난이 싫었다.. 엄마도 싫었고, 식구가 엄마와 나 뿐이라는 것도 외로웠다. 엄마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이불 속에서 통장을 꺼냈다. "여기..엄마가 한푼 두푼 모은거거든..? 여기서 8만원 빼가.." 난생 처음보는 우리집의 통장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는 말도없이 당장 시내의 은행으로 달려갔다. 통장을 펴보니 100만원이라는 나로선 어마 어마한 돈이 들어있었다. 이걸 여태 왜 안썼나 하는 생각에 엄마가 또 한번 미워졌다. 8만원을 뺐다. 92만원이 남았다. 90만원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더 써도 될 것 같았다. 언틋 애들이 요즘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라는게 생각이 났다. 40만원을 다시 뺐다. 가까운 핸드폰대리점에 가서 좋은 핸드폰 하나 샀다. 즐거워졌다. 난생 처음 맛 보는 즐거움과 짜릿함이었다. 핸드폰을 들며 거리를 쏘 다녔다. 여러 색색의 이쁜 옷들이 많이 있었다. 사고싶었다. 또 은행을 갔다. 이번엔 20만원을 뺐다. 여러벌 옷을 많이 샀다. 예쁜 옷을 입고 있는 나를 거울로 보면서 흐뭇해 하고 있었을 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엄마가 잘라 준 촌스러운 머리였다. 은행에 또 갔다. 5만원을 다시 뺐다. 머리를 이쁘게 자르고, 다듬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젠 수학여행 때 필요한 걸 살 차례다. 난 무조건 마구잡이로 닥치는대로 고르고, 샀다. 9만원이라는 돈이 나왔다. 그렇게 집에 갔다. 또 그 지긋지긋한 집에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갔다. 엄만 또 누워있었다. 일부러 소리를 냈다. "흐흠!!!" 소리를 듣고 엄마는 일어났다. 통장을 건네 받은 엄마는 잔액을 살피지도 않고 바로 이불 속으로 넣어버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다. 쫙 빼입고 온 날 친구들이 예뻐해 주었다. 고된 훈련도 있었지만, 그때 동안은 엄마 생각과 가난, 그리고 집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제 끝났다. 2박 3일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이제 알았다. 또 지긋지긋한 구덩이 안에 들어가야 한다. "나 왔어!" "........." 웬일인지 집이 조용했다. "나 왔다니까???" "........." 또 조용하다. 신경질나고 짜증나서 문을 쾅 열었다. 엄마가 있었다. 자고 있었다. 내가 오면 웃으며 인사하던 엄마가 딸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자기만 한다. "혹시 내가 돈 많이 썼다는거 알고 화난걸까? 쳇..어자피 내가 이기는데 뭐.." 하고 엄마를 흔들려 했다..그런데...그런데..... 엄마가.....차가웠다. 이상하게 말라버린 눈물부터 났었다. 심장이 멎을것 같았다. 그 싫었던 엄마가 차가운데 이상하게 슬펐다. 믿어지지 않았다.. 마구 흔들어 깨워보려 했다. 하지만... 엄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뜨지 않았다. 얼른 이불에서 통장을 꺼내 엄마의 눈에 가져다 대고 울부짖었다. "엄마! 나 다신 이런 짓 안할게!!! 안 할테니까!!!!!!!!! 제발 눈 좀 떠!!!!!!!!" 통장을 세웠다. 그런데 무언가가 툭 떨어져 내렸다. 엄마의 편지였다.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 나의 사랑하는 딸 민연이 보아라. 민연아. 내 딸 민연아. 이 에미 미웠지? 가난이 죽어도 싫었지? 미안하다...미안해... 이 엄마가 배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돈도 없었어... 민연이한테 줄거라곤.. 이 작은 사랑.. 이 쓸모없는 내 몸뚱이 밖에 없었단다.... 아..엄마 먼저 이렇게 가서 미안하다... 엄마가 병에 걸려서.. 먼저 가는구나.. 실은.. 수술이란 거 하면 살 수 있다던데... 돈이 어마어마 하더라.. 그래서 생각했지.. 그까짓 수술안하면.. 우리 민연이 사고싶은 거 다 살 수 있으니까.. 내가 수술 포기한다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되어서.. 이젠.. 몇 달을 앞두고 있단다.. 딸아.. 이 못난 에미.. 그것도 엄마라고 생각해준 거 너무 고맙다.. 우리 딸..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딸아..우리 민연아...사랑한다......... 사랑해......』 -엄마가- 추신 : 이불 잘 뒤져 봐라.. 통장 하나 더 나올거야.. 엄마가 너 몰래 일해 가면서 틈틈히 모은 2000만원이야.. 우리 민연이.. 가난 걱정 안하고 살아서 좋겠네..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너무 미워진다. 그동안 엄마를 미워하던 거 보다 1 00배..아니 1000배. 아니, 끝도 없이.. 내 자신이 미워지고 비열해진다.. 왜 나 같이 못난 딸을 사랑했어..어..? 수술비.... 내가 펑펑 쓴 그 돈 수술비... 왜 진작 말 안했어....어....? 왜 진작 말 안 한거야.... 엄마가 정성껏 싸 준 도시락도 내 팽겨쳤는데.. 엄마한테 신경질 내고 짜증 부렸는데.. 엄마 너무너무 미워했는데.. 그렇게 밉고 나쁜 날 왜 사랑한거냐구..어..? 엄마 바보야? 왜 날 사랑했어...왜...왜...... 이젠 그렇게 보기 싫었던 누워있는 모습 조차 볼 수 없겠네.. 엄마의 그 도시락도 먹을 수 없겠구.. 엄마가 맨날 깨워주던 그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겠네.. 나.. 엄마 다시 한 번 살아나면.. 하느님이 진짜 다시 한번 나한테 기회를 주신다면.. 나.. 그땐 엄마 잘 해드릴 자신 있는데... 그럴 수 있는데....엄마,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응..? 꼭 만나자..? 어..? 엄마.......미안해..... 정말 미안해....미안해............ 나, 이말 엄마한테 처음으로 말하는거다..? 엄마.............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참고로 이글은 허락 받고 올린 글입니다, 좋아서리 가톨릭 교우분들에게 올린 글입니다, 오늘도 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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