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가를 만나다] 강훈 바오로

by Fr.엉OL가♥♪~™ posted Oct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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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성가를 만나다] 강훈 바오로                                              2015. 02. 08발행 [1301호]
새롭게 출발하는 성당의 파수꾼

▲ 10년간 일한 성당 관리장직을 그만두고 올해 생활가수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 강훈씨가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훈 기자

“아휴, 어제 새벽까지 작업하느라 혼났어요. 성당 교리실 벽면에 나무를 덧대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네요.”

분명 생활성가 가수를 만나러 왔는데, 만난 이는 ‘나무’, ‘작업’, ‘마무리’란 말부터 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작업복 툴툴 털고 나타난 이는 성당 관리장 겸 생활성가 가수 강훈(바오로, 39)씨다.

그는 29살 때부터 수원교구 수지본당 관리장으로 일해왔다. 미대에서 설치 미술을 전공한 그가 선택한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하느님 사업’이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건설 현장에서 작업 반장까지 했다. 그런데 하도급 업체 사장이 돈을 떼먹고 달아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연이어 생겼고, 의욕 넘쳤던 청년은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러다 우연히 본당 사무장에게서 관리장 일을 제의받았다. 그리고 10년. 오는 15일부로 그는 관리장 직함을 떼고 생활성가 가수란 타이틀 하나로 다시 새출발하려 한다.

“정말 딱 10년 됐네요. 최연소 관리장으로 일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기도의 집’을 가꾼다는 생각으로 성당을 아끼며 일해왔어요. 후련합니다.”



“본당에서 미사를 마음 편히 봉헌한 적이 없다”는 그는 성당을 자신의 집보다 더 가꿨다. 미사 중 신자들이 땀을 훔치거나 겉옷을 걸치면, ‘성전 온도가 잘못됐나’ 싶어 부리나케 냉난방기를 조절하는가 하면, 성전 복도며 마당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본당 카페 기계나 배수 시설이 말을 안 들을 때 그가 나서면 무조건 해결됐다. 성당인데 곳곳이 향기롭다 했더니 군데군데 그가 설치한 방향제 덕분이란다. 신자들은 그를 ‘성당 파수꾼’이라고 칭한다.

“하찮은 작업 같지만, 성당 청소는 신앙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의 성당을 직접 가꾸고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또 다른 기도이자 신앙생활입니다. 성당 청소를 업체에 맡기는 건 아니다 싶어 주임 신부님께 요청해 신자들 손으로 매주 청소하자고 권했어요. 지금 성전이 깨끗한 것은 모두 교우 분들께서 가꿔주신 덕분입니다.”

그래서 2009년 낸 그의 첫 앨범 제목이 ‘청소(聽召)’다. ‘부르심을 듣다’란 의미도 있다. 기타를 놓지 않고 꾸준히 곡 작업에 몰두한 결과다. 서정적인 주제곡 ‘주께서 나를’은 현재 본당 사무장이자 시인인 류미진(스텔라)씨가 쓴 가사에 그가 곡을 입힌 것이다. ‘관리장의 하루’란 곡에는 자신의 일과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는 2003년 수원교구 제2회 청년 창작성가 경연 대회에 본당 밴드 ‘하야’로 출전해 금상을 탄 것을 계기로 생활성가계에 입문했다. 관리장 일을 하면서도 매주 꾸준히 요청 오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했다. 신앙에 학(學)이 부족하다고 여겨 2012년에는 서울 혜화동까지 매일 다니며 가톨릭교리신학원 교육을 이수했다. 이곳을 졸업하며 그가 쓴 소논문도 ‘현대 성가 보급의 현실적 어려움과 그에 따른 교회 구성원의 역할’이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생활성가 현실과 방향을 하나의 자료로 엮은 ‘생활성가 논문’이다. 그가 새출발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벌써 곳곳에서 공연 섭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개신교 밴드 공연을 가보면 학생들이 미리 와서 성경 들여다보며 공연을 기다리고, 휴가 내고 온 군인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더라고요. 제가 지닌 사명을 오롯이 발휘하기 위해 열심히 성가 보급에 힘쓰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려고 합니다. 새출발이 설레는 이유입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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