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니 밤사이 내리던 비가 그쳤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며 오늘 방송은 누구시더라?..
아 안들님 방송이시구나.
정리 좀 하고 뉴스를 보다가 문득..
장마가 끝나면 월척이다...라는 생각이 스친다.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다가.
저녁에 방송 하실 안들님 생각이 났다..
어쩌지..지금 가면 출석 못 하는데..
의리가 있지..
아니다 의리는 무슨...인어공주가 만나자는데..
(사랑이냐 의리냐 이것이 문제로다... )
한참을 망설이지도 않았다..
그 예쁜 인어공주의 사랑이 의리를 배신하게 만드는 시간은
찰나였나 보다.
차를 몰고 저수지로 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급한 마음이 더 먼저 달려간다.
도착한 저수지 내 명당자리엔
벌써 노인 한분이 자리를 펴고 앉아 버렸다..
저수지 맨땅에 내 이름 붙여 놓지도 않았지만
서운 한 마음이 눈앞을 가린다..
논네는 눈치도 없이..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임자 없는 자리가 낚시터 자리라고 하던가..
그럼 할 수 없지 하고 제 2의 자리로 이동했다.
장마가 져서 그런지 저수지가 만수다.
쓰레기들이며 나뭇가지 같은 부산물들이 넘쳐난다.
한 시간 들뜬 마음으로 열심히 밑밥주고
인어공주 만날 순간만 기다린다.
처녀총각이 만나는 맛선 보는 자리가
언어공주 기다리는 마음 같을까 싶다.
한 마리 모기를 쫏아 버린다 싶은 순간에
긴 낚시대가 춤을 춘다
어~~~라?
찌 올림이 인어공주는 아닌데?
인어공주(붕어)의 찌 올림은 말 그대로
공주님의 발걸음처럼 사뿐히 귀족스럽게 올라온다.
헌데 이 찌 올림은 뺑덕어멈 엉덩이 흔들며 걷는 걸음처럼
천박스럽기 까지 한다.
그래도
이 못난 촌사람 보자고 접선이 왔으니 미팅이라도.. ㅎㅎ
별 생각 없이 잡아 다닌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진다.
읔...........
뺑덕어멈 허리가 언제 이렇게 매력적이었던가 싶다..
강력한 느낌이 손에 온다 “킹카다...”순간 머리가 치솟는다..
한손으로 땡기던 춤바람 박자가 아니라 두 손으로 잡아도 는 탱고다.
한 10분을 당기고 밀고 격정의 춤을 추다보니 힘이 빠질때도 됐는데
여전히 정열적인 춤을 춘다..
아..이 두려움..
도대체 어떤 내공을 가진 존재인지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두 손으로 잡기도 경망스러워 뜰채로 받아들여야 하나보다.
한손엔 뜰채 한손으로는 춤을 추는 상황이다.
옆에 어른신이 궁금하신지 .아니면 부러우신지 ....
"도대체 뭔데 그리 씨름하나?....잉어같은데?"
물으시는 말씀도 귀에 안 들어 왔다
“아..얼굴을 봐야 인사를 하지요..
아직 버티는데요...(말 시키시는 분이 밉다).“
내 팔에 힘이 빠지니 춤 자랑도, 힘자랑도 끝났다
그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마주한 킹카는
다름 아닌 향어란 놈이었다.
한 20년전에 저수지에 방류한 것이 가끔 나오는데
이렇게 큰 놈은 처음이다.
원래 향어는 70년대 식량 보조 차원에서 이스라엘잉어라고 하는 어종을 수입해서
큰 댐 같은데서 양식했던 어종이고 일명 물 돼지라 부를 정도로 폭식을 해서
엄청 무겁게 큰다.
한데 저수지에서 야생으로 자란 향어라 날씬한 모습이 꼭 토종 잉어처럼 커버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춤추다가 팔에 힘이 빠졌는지 기쁜 나머지 들떠서인지
지친 향어를 한손으로 잡고 살림살이 빈약한 살림망에 넣은 순간.
그 향어는 마지막 히든카드가 남아 있었나보다.
잡은 손을 꼬리로 후다닥 쳐버리자 나는 순간 중심을 잃고 물가로 빠져 버렸다
물론 한손에 잡았던 그 향어와 함께..
풍덩,,허부적...허부적.
장마라 평소 눈에 보이던 물길 이 아니었다. 가슴까지 빠지는 물속에서
촌사람은 물에 빠진 뭐 꼴이 되어 버리고.
저쪽에서 지켜보시던 어르신은 놀라서 뛰어 오시고.
“아니..사람까지 끌고 갈 정도로 커?” 이러신다..
아이구 창피야..(창피한 사연 말씀도 못 드리고....)
뭍에 올라와 보니 말이 아니다. 옷은 속옷까지 젖어버리고..
철수는 해야 하고..
맞선도 이런 맞선이 또 있을까..
달빛에 춤은 환상 적으로 추었는데.
신발 잃어버린 신데렐라처럼 난 다 잡은 향어를 놓치고
장비를 차에 싣고 보니 옷이 다 젖어서 앉지를 못하겠다.
여기 저기 찾아보니 반바지가 하나 있다.
런닝은 쥐어짜서 입고 반바지차림에 맨발로 운전하고 돌아오는
신데렐라 아닌 신발댈리다.
이것이 의리를 배신하고 인어공주 만나러 간 배신자의 모습인가보다.
시원한 선풍기 틀면서 안들님이 들려주시는 성가나 들 을 껄..
한숨만 나온다.
잠 못 드는 밤 놓쳐버린 향어가 눈앞에 어른거리다가 사라진다..
성가방에 출석 잘 합시다.
그중 하나가 낚시꾼이 놓친 물고기라고 하던데 ^^
선녀님이 계시면서 인어의 유혹에 빠져
불어난 물에 큰일 날뻔 하셨네요^^
다음엔 안들님과 함께 가세요...
옆에서 채잡으라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