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6 16:04

그대와 함께 춤을..

조회 수 4986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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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니 밤사이 내리던 비가 그쳤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며 오늘 방송은 누구시더라?..

아 안들님 방송이시구나.


정리 좀 하고 뉴스를 보다가 문득..

장마가  끝나면 월척이다...라는 생각이 스친다.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다가.

저녁에 방송 하실 안들님 생각이 났다..

어쩌지..지금 가면 출석 못 하는데..

의리가 있지..

아니다 의리는 무슨...인어공주가 만나자는데..

(사랑이냐 의리냐 이것이 문제로다... )

한참을 망설이지도 않았다..

그 예쁜 인어공주의 사랑이 의리를 배신하게 만드는 시간은

찰나였나 보다.


차를 몰고 저수지로 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급한 마음이 더 먼저 달려간다.


도착한 저수지 내 명당자리엔

벌써 노인 한분이 자리를 펴고 앉아 버렸다..

저수지 맨땅에 내 이름 붙여 놓지도 않았지만

서운 한 마음이 눈앞을 가린다..

논네는 눈치도 없이..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임자 없는 자리가 낚시터 자리라고 하던가..


그럼 할 수 없지 하고 제 2의 자리로 이동했다.

장마가 져서 그런지 저수지가 만수다.

쓰레기들이며 나뭇가지 같은 부산물들이 넘쳐난다.


한 시간 들뜬 마음으로 열심히 밑밥주고

인어공주 만날 순간만 기다린다.


처녀총각이 만나는 맛선 보는 자리가

언어공주 기다리는 마음 같을까 싶다.


한 마리 모기를 쫏아 버린다 싶은 순간에

긴 낚시대가 춤을 춘다

어~~~라?

찌 올림이 인어공주는 아닌데?

인어공주(붕어)의 찌 올림은 말 그대로

공주님의 발걸음처럼 사뿐히 귀족스럽게 올라온다.

헌데 이 찌 올림은 뺑덕어멈 엉덩이 흔들며 걷는 걸음처럼

천박스럽기 까지 한다.


그래도

이 못난 촌사람 보자고 접선이 왔으니 미팅이라도.. ㅎㅎ

별 생각 없이 잡아 다닌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진다.

읔...........
뺑덕어멈 허리가 언제 이렇게 매력적이었던가 싶다..

강력한 느낌이 손에 온다  “킹카다...”순간 머리가 치솟는다..

한손으로 땡기던 춤바람 박자가 아니라 두 손으로 잡아도 는 탱고다.


한 10분을 당기고 밀고 격정의 춤을 추다보니 힘이 빠질때도 됐는데

여전히 정열적인 춤을 춘다..

아..이 두려움..
도대체 어떤 내공을 가진 존재인지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두 손으로 잡기도 경망스러워 뜰채로 받아들여야 하나보다.

한손엔 뜰채 한손으로는 춤을 추는 상황이다.


옆에 어른신이 궁금하신지 .아니면 부러우신지 ....

"도대체 뭔데 그리 씨름하나?....잉어같은데?"
물으시는 말씀도 귀에 안 들어 왔다

“아..얼굴을 봐야 인사를 하지요..

아직 버티는데요...(말 시키시는 분이 밉다).“


내 팔에 힘이 빠지니 춤 자랑도, 힘자랑도 끝났다

그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마주한 킹카는

다름 아닌 향어란 놈이었다.

한 20년전에  저수지에 방류한 것이 가끔 나오는데

이렇게 큰 놈은 처음이다.

원래 향어는 70년대 식량 보조 차원에서 이스라엘잉어라고 하는 어종을 수입해서

큰 댐 같은데서 양식했던 어종이고 일명 물 돼지라 부를 정도로 폭식을 해서

엄청 무겁게 큰다.

한데 저수지에서 야생으로 자란 향어라 날씬한 모습이 꼭 토종 잉어처럼 커버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춤추다가 팔에 힘이 빠졌는지 기쁜 나머지 들떠서인지

지친 향어를 한손으로 잡고 살림살이 빈약한 살림망에 넣은 순간.

그 향어는 마지막 히든카드가 남아 있었나보다.

잡은 손을 꼬리로 후다닥 쳐버리자 나는 순간 중심을 잃고 물가로 빠져 버렸다

물론 한손에 잡았던 그 향어와 함께..

풍덩,,허부적...허부적.

장마라 평소 눈에 보이던 물길 이 아니었다. 가슴까지 빠지는 물속에서

촌사람은 물에 빠진 뭐 꼴이 되어 버리고.

저쪽에서 지켜보시던 어르신은 놀라서 뛰어 오시고.


“아니..사람까지 끌고 갈 정도로 커?” 이러신다..

아이구 창피야..(창피한 사연 말씀도 못 드리고....)


뭍에 올라와 보니 말이 아니다. 옷은 속옷까지 젖어버리고..

철수는 해야 하고..

맞선도 이런 맞선이 또 있을까..

달빛에 춤은 환상 적으로 추었는데.

신발 잃어버린 신데렐라처럼 난 다 잡은 향어를 놓치고

장비를 차에 싣고 보니 옷이 다 젖어서 앉지를 못하겠다.


여기 저기 찾아보니 반바지가 하나 있다.

런닝은 쥐어짜서 입고 반바지차림에 맨발로 운전하고 돌아오는

신데렐라 아닌 신발댈리다.

이것이 의리를 배신하고 인어공주 만나러 간 배신자의 모습인가보다.

시원한 선풍기 틀면서 안들님이 들려주시는 성가나 들 을 껄..

한숨만 나온다.

잠 못 드는 밤 놓쳐버린 향어가 눈앞에 어른거리다가 사라진다..


성가방에 출석 잘 합시다.



  • profile
    비아 2009.07.16 16:14
    3대 거짓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낚시꾼이 놓친 물고기라고 하던데 ^^

    선녀님이 계시면서 인어의 유혹에 빠져
    불어난 물에 큰일 날뻔 하셨네요^^

    다음엔 안들님과 함께 가세요...
    옆에서 채잡으라고  ㅎㅎㅎ
  • ?
    이조여인 2009.07.16 20:50
    별일 없으셔서 다행이시네요.
     낚시도 낚시지만 물도 위험했을텐데....

    ㅋㅋㅋ
    그래도 방송 봉사하셔서
    물에서 빨리 탈출하신듯....(주님이 돌보사)

  • ?
    홀로선대지 2009.07.16 22:54
    형아~~~ 혹시 감기 걸렸나 봐요 방송을 못할 정도면.........
    따뜻한 차한잔 하시고 푸욱 쉬세요
  • ?
    ★황후ㅂLzㅏ♥♪~™ 2009.07.19 12:07
    하하하하.... 아이고 ..
    저글을 여기다 올리지 말고 ㅎㅎㅎ
     신청란에 올려야지요 ㅎㅎㅎ
     ㅋㅋ암튼 재주도 많으셔요.
    글이면 글   방송이면 방송  낚시면 낚시(?)
    못하시는 건 뭐여요? ㅋㅋㅋ
  • ?
    김현숙 2010.01.10 23:04
    재미있고 유쾌하시네요  논술학원다니셨나요 단숨에읽게하시네요 미소지으며 쌤통했네요 죄송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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