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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모두의 마음이었을 '어린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선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에서 능청스러운 전라도 사투리 구사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맵시 있는 솜씨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고재은 작가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저학년 단편집을 냈다. 표제작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외 3편의 동화가 담겨 있는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는 작가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어린 마음속에 어떤 것들이 담겨 있었는지 들여다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어른들에게는 하찮기만 한 것을 간절히 갖고 싶어 하는 아이, 사는 게 곤궁하고 부대껴서 아이를 살뜰히 살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 끌리는 것을 좋아할 뿐인데 남자 여자 구분 때문에 나무람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는 아이, 늘 열심히 하는데도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이. 이 아이들은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우리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옆에 살아가는 아이들도 여전히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4편의 동화 속에서 한때는 모두의 마음이었을 '어린 마음'을 따뜻한 눈길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들 마음속의 크고 작은 상처와 바람을 살피는 이야기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의 진우는 공주 그림을 예쁘게 그리기로는 일등이다. 게다가 분홍 드레스를 입고 반짝이는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가 너무 예뻐서 제 이름을 김신데렐라로 바꿔 짓기까지 했다. 그런데 진우가 유치원에서 공주 그리기 실력을 발휘한 뒤부터 모든 것이 엉키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 걱정의 말을 건넨 그날, 엄마는 진우에게 단단히 못 박는다.

"김진우, 네 이름은 진우지 신데렐라가 아니야. 그리고 너는 분홍색 말고 파란색을 좋아해야 해. 공주 말고 자동차, 로봇이 좋아야 한다고!"
"왜?"
"남자니까!"
엄마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리고 물 한 컵을 단숨에 마셨어요.
"진우야, 생각해 봐. 아빠가 여자 같으면 어떻겠어? 그러면 우리 진우는 누가 지켜 줘? 아빠는 씩씩해야지, 예뻐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남자는 그런 거야."
나는 엄마 말도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씩씩한 사람은 신데렐라 좋아하면 안 돼?"
내 물음에 엄마는 한숨을 쉬었어요.
그 뒤로 엄마는 내게 파란색 옷만 사 줬어요. 파란 줄무늬 옷, 파란 소매 옷, 파란 모자, 파란 양말……. 아빠는 장난감으로 자동차만 사 줬어요. 트럭, 굴착기, 미니카, 무선 자동차……. 게다가 엄마는 내 신데렐라 그림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나는 슬퍼서 하루 종일 울었어요. _[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중에서

진우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로봇이 그려진 남색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니고 자기 이름이 김신데렐라라는 말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던 진우가 자기랑 똑같은 남색 가방을 메고 다니는 여자아이 장유미와 친구가 되고부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결국 진우가 유미에게 "있지, 내 이름은 따로 있어. 내 진짜 이름은 김신데렐라야."라고 고백할 만큼 두 아이는 서로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 이른다. 독자는 두 아이를 모두 활짝 웃게 한 그 과정을 읽으면서 따뜻한 마음이 넘쳐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작가는 남자답게 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공주 그림을 실컷 그리고 싶은 진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지 않는다. 방안에 온통 미니카, 짱딱지, 변신 로봇이 뒹굴고 있는 유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일수록 남자, 여자 구분을 떠난 자신만의 기호가 있고, 그 기호는 커 갈수록 자연스럽게 다듬어져야 하지 버려지거나 강요되어야 할 것은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일방적이고 완고한 사회화 과정에서 결국은 다치고 마는 아이들 마음이다. 작가의 이런 시선은 다른 이야기 속에도 배어 있다. 킹파워 딱지가 너무 갖고 싶어 엄마가 심부름하라고 준 돈을 딱지 사는 데 써 버린 인섭이 이야기([나는 보리차가 싫어!]), 물건에 이름을 써 둬야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선생님 말씀에 엄마 없는 시간을 이름쓰기 놀이로 소일하고 잠든 엄마의 등에도 살짝 제 이름을 쓰는 주희 이야기([2학년 3반 이주희]),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날마다 나머지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도 앉은뱅이책상 맞은편에 앉은 엄마의 굳은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희철이 이야기([희철 선인장])에서도 작가는 아이들 마음속의 크고 작은 상처나 바람들을 살피고 있다.
작가는 어릴 때 자신의 말은 귀담아들어 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속이 상했던 일, 자신은 절대로 그런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일을 들려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부터, 사라진 30년 전 일기장처럼 내 '어린 마음'도 사라져 갔어요. 어른이 되면 하겠다던 많은 결심들은 잊은 지 오래였지요. 세월이 흐른 만큼 그때의 마음과도 멀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동화는 여러분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반성문이에요.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어른이 되어 엄마가 되고 선생님이 되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투덜이 선생님에 잔소리쟁이 엄마가 되었다는 작가는 그런 자신을 보면서 두 아들이 또는 학교 아이들이 "나는 어른이 되면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중얼거리지나 않을까 불안하다고 한다. 이런 불안함을 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는 아직 '어린 마음'을 잃지 않은 어른일 것이다.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는 이미 많은 규제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선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꼭 누군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주는 것 같은 위로를 안겨 줄 것이고, "그래도 다행이에요. 지금이라도 내가 잊었던 결심을 기억해 냈으니 말이에요."라는 작가의 말은 어른들에게 제 안에 사라지지 않고 남은 '어린 마음'을 떠올리는 기회를 줄 것이다.

나는 보리차가 싫어!
2학년 3반 이주희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희철 선인장
 
고재은 [저]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걸 무엇보다 좋아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1974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교육대를 졸업했으며, 남양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문예창작회 '숲속나라'에서 동화를 공부하며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 [강마을에 한번 놀러와 볼라요?]로 2004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이 버스를 타지 마시오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
__
초등학교 애들에게 추천 하고 싶은 동화책입니다.
제 언니가 초등학교 교사잖아요
그럴서 한번 자랑을 하게 됩니다,
  • ?
    클나무 2009.11.16 00:12
    아이들이 초딩때 동화를 같이 읽으면서 슬픈동화는 제가 울어서 아이들이 막웃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 동화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은 읽지못하는것에 딸아이와 아쉬워하기도 했어요.
    도서관에 가면 찾아서 꼭 읽어볼께요. 마음은 초딩이고픈 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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