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사랑
저 뜨거운 햇살처럼 오늘 하루도 뜨겁고 맑게 호흡하셨는지요? 아니면 훌쩍 커버린 여름의 날들이 희망으로 부푼 어깨를 쳐지게 하는 날들이셨을까요? 어떠한 모습이셨든 오늘 하루, 지난 한 달을 다시 추억할 만한 사랑스런 날들로 힘껏 끌어안으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저희는 사무실을 새로이 꾸몄습니다. 때가 묻어 나름 중후한 멋을 냈던 사무실 벽과 창틀에 예쁜 색깔을 입혔지요. 세월이 잘 지워지지 않는 창문에는 예쁜 씨트지를 붙였구요, 벽에는 그동안 사랑스런 회원 분들이 보내주신 편지들을 나란히 걸어 두었지요. 아~그리고 바닥도 깨끗이 왁스칠을 해서 먼지도 미끄러질 정도랍니다. 저희 사무실이 예뻐졌다고 많은 분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네요.
애써 꾸민 사무실의 분위기가 좋습니다만, 마음 한켠에는 섭섭함이 있네요.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이내 이전의 모습들은 잊어버리게 되지요. 하지만 저는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들과 함께 한 책상, 무심해 보이지만 섧은 마음을 지켜보아준 벽,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찾아오는 햇살을 수줍게 보여주던 낡은 창문, 바닥에 묻어 있는 열정과 희망의 자국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들에게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을 살아야 하는 때도 그 어느 때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구요. 하지만 이 ‘지금’의 순간을 살기 위해서는 이미 지나가버린 수많은 ‘지금’의 땀방울과 맑은 마음이 있어야 함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새것의 아름다움에 취해 옛것의 마음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성바오로수도회 인터넷 서원 담당 수사가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