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는 전남 고흥군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옛날부터 천형이라고 알려진 나병환자들이 거주하는 섬이지요. 지난 2007년 5월 21일 그곳에서 43년 동안 나환자들을 보살피던 오스트리아 간호사출신 마리안(71세), 마가렛트(70세) 수녀님 2분이 송별식도 없이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돌아갔습니다. 소록도 주민들은 이별의 슬픔을 달랠 길이 없어 성당에서 그저 감사의 기도만을 드렸다고 합니다.
마리안 수녀님은 지난 1959년 23세에, 마가렛트 수녀님은 1962년 25세에 소록도에 오셨습니다.두 분 수녀님들은 환부에 매매 발라야 한다면서 손에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에 약을 바르고, 오스트리아 의료진을 초청해서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나환자 자녀들을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나환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두 분 수녀님은 상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습니다. 병원에서 마련한 환갑잔치도 '기도하러 간다'면서 피했습니다.오스트리아 수녀원 본원에서 보내오는 생활비마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로, 또 성한 몸이 되어서 소록도를 떠나는 이들의 여비로 나누어 주었습니다.마리안 수녀님 말씀: "처음 왔을 때는 환자가 6천명이었어요... 아이들도 200명쯤 되었고... 약도 없고 돌봐줄 사람들도 없었어요. 그래서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지요..." 할 일이 지천이었고 돌봐야 할 사람들도 끝이 없었다고 합니다.40년을 넘게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 본 끝에 이제는 환자도 600명으로 줄었답니다.
소록도 주민자치회장님은 '두 수녀님은 살아 있는 성모마리아였다'고 했습니다.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님을 '할매'라고 불렀습니다.두 수녀님은 아무도 모르게 새벽에 떠나면서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을 남겼습니다.편지내용: "이제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소록도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난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용서를 빈다..."
떠날 때는 한국에 올 때 가지고 왔던 낡은 가방 한 개만을 가지고 떠났답니다.두 분은 배를 타고 소록도를 떠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우셨다고 합니다.지금은 고향 오스트리아 수녀원 3평 방 한 칸에서 살면서 방을 온통 한국의 장식품들로 꾸며놓고 오늘도 '소록도의 꿈'을 꾸신다고 합니다.수녀님들 방 앞에는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사셨던 다짐이 한국말로 써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