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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비틀거리다 넘어진 나를>

 

때 이른 한낮의 더위에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진 고추모종들을 하나하나
다시 일으켜 세워주며, 또 갈증을 해소시켜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향한 하느님의 손길이 아마 이러했겠지.

제대로 걸어 다닐 힘조차 없어 비틀거리던 나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시며

지척에서 따라다니시던 분, 혹시라도 넘어지면 비호처럼 달려오셔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시던 분, 다시금 살아갈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시던 분...

 

돌이켜보니 많은 경우
그런 하느님의 손길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다가왔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닫습니다.

 

'성체성사의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분이 한 분 계십니다.


만년에 이르러 그 힘든 상황에서도 죽기까지 성체성사와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분,

그래서 그 분께서 세상에 보낸 마지막 편지 역시 성체성사가 핵심주제였습니다.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져 오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

그분께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신 지가 벌서 1년이 넘었군요.

 

만년에 이르러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셨지요.

위급한 순간마다 자주 가시던 병원이 로마 시내에 위치한 제멜리(쌍둥이란 의미) 병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입원하셨던 2005 3  성 목요일을 기해 교황님께서는 당신이 극진히 사랑하셨던 모든 사제들에게 유언과도 같은 서한을 보내십니다.

 

이 편지의 주제가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틈날 때 마다 꺼내서 읽어보곤 합니다.

교황님의 유서다 생각하면서. 그 내용이 너무나 감동 깊고, 또 의미심장합니다.

 

"사랑하는 사제 여러분,

저는 다른 환자들과 나란히 병원에서 회복을 기다리며 성찬례를 통하여

저의 고통을 그리스도의 고통에 일치시키면서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온 교회가 성찬례에서 생명을 얻으므로,

사제의 삶은 더욱 성찬례로 구현되는’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제들에게 ‘성찬 제정문’
(미사의 핵심 내용-‘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등등)은 축성문 이상의 것,
곧 '생명의 조문’이 되어야 합니다.

 

“성체성사 때 모두 경건히 침묵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장엄한 말씀을 되풀이할 때
우리사제들은 이 구원의 신비를 전하는 특별한 전령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이 구원받았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찌 설득력 있는 전령이 될 수 있겠습니까?

 

사제들을 향한 교황님의 충고말씀은 제 가슴을 팍팍’ 파고들었습니다.

 

신자들은 성체성사 통해서 너무나 행복해하는데,

구원의 방주에 오른 것이 너무나 기뻐서 저리 감사하는데,

정작 가장 성체성사 가까이 서 있는 저,

매일 성체성사를 집전하는 저는 별 감흥이 없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저 의무감으로, 때로 미사 드리는 기계처럼, 정성도,

감사의 마음도 없이 그렇게 습관적인 미사를 봉헌해왔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는 성찬 제정문을 읽을 때 마다

하느님께서 우리 사제들에게, 그리스도인들에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일까요?

 

 우리 역시 매일 이웃들을 향해 내어주는 삶을 살라는 초대이겠지요.

 

나를 구워먹던지 삶아먹던지 나를 어떻게 해도 상관없습니다.

나를 이용해도, 나를 험담해도, 나를 구박해도 나는 묵묵히 견딜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내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처신하는 이유는
그런 나를 통해 무한히 자비하신 하느님을 조금이라도 느끼시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이란 여행길을 돌아다니면서 언제나 사랑에 굶주리고,

허기와 갈증에 허덕이는 우리를 향해 주님께서는 고맙게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 생명의 빵은 은혜롭게도 늘 우리 가까이에 계십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달려갈 수 있는 성체성사 그 한가운데 자리 잡고 계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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