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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 대축일 메시지

“부활한 예수님의 광채로 세상의 변화를!”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어둠과 죽음으로부터 승리하시고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사순시기의 나날을 지낸 우리들이 이제 “알렐루야”를 노래하며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기뻐하는 가운데, 부활시기 동안 부르게 될 이 찬미의 노래는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신 주님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 가정과 본당 공동체, 그리고 각 기관에서 봉사하는 모든 이와 함께 하길 빕니다. 또한 교회가 다가가야 하는 모든 이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친 이들과 그늘진 삶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이 기쁜 소식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부활은 파스카 신비의 핵심
   1.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거룩한 여인들은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를 발라드리려고 무덤에 갔다가 처음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요한 20,11-18 참조). 그들은 ‘주님께서 살아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마태 28,6) 크게 기뻐하며,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하고 제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주님께서는 두려워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직접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시며 부활하신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요한 20, 19-20 참조). 또한 당신의 부활을 의심했던 토마스와 다른 일곱 제자에게도 나타나셨고(요한 20,24-29; 21,1-14 참조),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는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시어,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루카 24,13-35). 제자들이 목격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이 체험은 초대 그리스도 공동체의 중심 진리가 되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 되었고, 교회의 성전(聖傳)도 이를 근본 진리로 전승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이고, 교회가 가르쳐 온 ‘파스카의 신비’의 핵심 부분이며 참 진리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38 참조).

 

부활은 절망에서 희망, 어둠에서 빛을 가져다 준 사건
   2. 지존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세상에 오시어 인간들에 의해 온갖 모욕과 욕설을 당하시다가 끝내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셨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오, 헤아릴 길 없는 주님 사랑! 종을 구원하시려 아들을 넘겨주신 사랑!”(부활찬송). 바로 우리의 게으름, 교만, 탐욕, 이기심, 편견, 고집, 아집으로 인해 인간의 삶과 죽음, 세상 만물의 법칙과 질서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죽음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한 듯이 보였던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어둠과 악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다시 살아나시어 불변하는 진리의 광채를 만방에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세상이 가지고 있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어둠에 빛을 가져다 준 사건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부활성야에 ‘하늘과 땅이 결합되고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된 밤’, ‘거룩한 이 밤은, 죽음의 사슬을 끊으신 그리스도, 무덤의 승리자로 부활하신 밤’이라고 노래하며, 오늘도 온 세상 어디서나 그리스도 신자들을 세속 온갖 죄악과 죄의 어둠에서 구원하여 주시길 청합니다(부활찬송 참조). 

 

부활은 우리 삶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천상적이며 초월적인 놀라운 사건
   3.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서 보듯이, 이미 제자들은 예수님의 천상 모습을 목격하였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과 함께 생활하시며 가르치시던 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장소는 스승 그리스도와 제자들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며 활동하였던 ‘갈릴래아’였습니다(마르 16,6). 그곳은 특별한 곳이 아니라, 스승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생활한 곳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는 장소가 우리 일상의 삶의 자리, 기쁨과 고뇌가 함께 하는 삶의 현장이며, 우리가 태어나고 활동하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가정공동체, 반공동체, 본당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 한복판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즉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주님의 천상적이며 초월적인 부활 사건은 현재도 우리 삶의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전해 줍니다.

 

어둠을 밝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부활의 광채 
   4. 어두운 무덤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인류를 밝게 비추는 광채가 되셨습니다(부활찬송 참조). 예수님의 부활로 세상의 죄와 죽음은 사라지고, 타락하였던 만물이 새로워지며, 그리스도 안에서 인류의 생명이 온전히 회복되었습니다(부활감사송 4 참조). 부활은 죽음을 새 생명으로, 어둠을 빛으로 바꾼 사건입니다. 또한 제자들의 불신앙을 확실한 신앙으로, 두려움을 그리스도를 전하는 용기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변화된 삶을 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변화된 삶의 근원은 예수님의 삶에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일하시는 그리스도를 행동하는 사랑으로 본받아 희망으로 기뻐하며 서로 다른 사람의 짐을 져 주어 더 높은 성덕, 사도적 성덕으로 이르러야 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교회헌장 41장 참조). 보편적 성화의 소명을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자신이 성화되어야 세상을 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삶에 변화가 없으면 가족 구성원이나 이웃,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자신을 버리고 죽지 않으면, 우리가 속해 있는 가정과 사회는 진부하고 희망과 기쁨이 없는 상태로 사랑과 화해, 일치와 신뢰를 외면한 채 기약 없이 제자리를 맴돌 것입니다.

 

오늘날 시대적 상황과 우리의 현실
   5.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인간의 미래에 도전하는 갖가지 사상과 현상들에 의해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나날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전통적인 윤리관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함으로써 보편적인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거룩한 인간성을 상실케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경제 논리에 의한 실용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빠져 들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인간의 삶을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몰아 계층 간의 분열과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오히려 인간성은 퇴보되어 서로를 불신하는 불안한 시대를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생존권 문제로 인한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 우려스런 생명윤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언론법으로 인한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 경인운하 추진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과 분열, 무분별한 재개발로 인한 서민층의 생존권 문제 등, 결론이 보이지 않는 많은 갈등은 국민들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말부터 시작된 국제적인 금융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를 파산과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영향을 끼쳐,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 대신 어둠을 드리우게 하고 있습니다. 유가의 폭등과 하락, 예측을 불허하는 환율의 변화, 부동산 경기 침체, 고물가 저성장, 수출입불균형, 실직과 취업문제, 기업의 불황과 도산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은 세상의 정치적·경제적 구조와 체제에도 있겠으나, 일정한 기업윤리, 시장윤리의 원칙과 윤리적인 행위를 간과한 데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올바른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역할 
   6. 교황 성하께서는 연초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해, “온 인류가족의 이익을 지향하고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는 강력한 세계적 연대를 전제로 하는 ‘공동 윤리 강령’을 만들어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천명하셨습니다. 불의한 세계 경제 구조와 국가의 체제가 무죄한 선의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으며, 비윤리적인 사회체제가 선량한 사람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 공동선을 파괴하는지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인류의 공동선과 미래를 위한 희망을 파괴하는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로 하여금 관망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교회의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이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 살면서 모두가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 안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 속에서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는 이러한 현상들을 항상 경계하며 인류의 보편적인 공동선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사회 안에 살면서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사회의 구조적 불신과 불의에 현명히 대처하며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는 부활의 삶을 선포함으로써 이 세상이 참 진리와 참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이들

   7.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주위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도록 촉구합니다. 이 현실을 극복하는 힘은 하느님께서 육신을 취하시고 세상에 오시어 인간과 함께 하시면서 세상의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신 주님의 극진한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파스카의 신비 안에서 끊임없이 주님의 구원사업을 세상에 확산시켜, 우리 이웃 중에서 병고로 고통받는 이들, 물질적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 장애로 인해 사회 안에서 차별받거나 힘들어 하는 이들, 가정의 역할 한계로 인해 힘들어하거나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요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문화 가정, 그 가정에서 피어난 새로운 미래인 그들의 자녀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범죄로 인해 사회의 구성원에서 밀려나 그늘에서 사는 이들과, 이들의 교화를 위해 노력하는 교정사목에도 배려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역사적 반세기를 맞이할 시점에 있는 수원교구의 미래는 수원교구민 모두에게 희망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의 사명은 세상에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복음을 선포하도록 더욱 재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주님의 복음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곳에 주님께서는 늘 함께 하실 것입니다. 교회로부터 수원교구를 위해 일하도록 명을 받은 교구장 주교인 저도 사랑 안에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시며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2009년 4월 12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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