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9 20:02

꿈꾸는 나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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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무 - 도종환

소설 대설이 지나는 동안 나무는 눈보라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소한 대한이 찾아와 계곡의 물줄기를 딴딴한 얼음으로 바꾸는 동안 
나무는 혹독한 냉기 속에 있어야 합니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동안 나무는 긴 어둠 속에 잠겨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겨울이 깊어지고 해가 바뀌는 동안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이 눈보라 치고 바람 부는 산비탈에 이렇게 서 있는가? 
이 산의 다른 나무들은 어떻게 겨울을 견디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꼭 해야만 하는 걸까? 
다음엔 또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사람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무도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겨울을 견디고 있는 짐승들도 이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추위와 싸우고 자기 운명과 싸울 것입니다. 

눈보라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저항하고  팔을 흔들며 소리칠 겁니다. 
설해목의 가지 찢어지는 소리는 모진 운명에 저항하며 지르는 비명일 겁니다. 
그러나 팔 한 짝이 찢어져도 나무는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허리를 들고 일어섭니다.
 다시 아름다운 시간을 만날 때까지 나무는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혹독한 시간 속에서 나무는 도리어 깊어집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왜 여기 이렇게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지난 한 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나는 지금 
무슨 꿈을 꾸며 살고 있는지, 나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내 인생은 지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퇴보하고 있는지, 
나는 정말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지, 나는 행복한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내 운명을 아름답게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꿈꾸어야 합니다.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나무도 풀도 꿈틀거리고 있으므로, 멈추지 않고, 
꿈꾸고, 살아 움직이고 있으므로. 


-도종환 시인의 산방일기




?Who's 두레&요안나

profile

찬미예수님 요안나입니다,
저는 광주 교구 송정2동 원동 본당에
다닌  신자인 요안나입니다,
여렸을때 신동에 다녔다가
현제는 원동에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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