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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승혜 수녀의 대리 수상자 최현민 수녀, 연구상 수상 박준양 신부, 특별공로상 수상 백민관 신부
■ 수상 소감 ■

▧ 본상 수상 김승혜 수녀

"그리스도교 토착화 위해 힘써야"

‘사랑의 씨튼 수녀회’에 입회할 때 제 가방 안에는 성경과 함께 논어, 노자, 주역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반을 동아시아의 영성적 뿌리에 접목시켜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토착화의 꿈이 있었습니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단으로 돌아왔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는 책임 외에도, 토착화와 연결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주어졌습니다. 한국교회 200주년을 맞아 토착화의 미래를 제시했고, 주교회의 사목연구소 토착화연구위원회에서 상제례를 연구했습니다.

1990년부터 「영성생활」지의 편집을 맡으며, 이 잡지에 ‘논어의 그리스도교적 이해’와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연재했습니다. 현재 ‘주역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입회할 때 갖고 들어온 고전 세 권을 읽고 공부하고 살면서 받은 힘과 통찰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도덕경」에서 21세기 영성의 밑그림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노자의 답은 단순합니다. 여유있는 데서 덜어 부족한 것을 보충하라는 것입니다. 가톨릭 사회회칙의 핵심과도 같습니다. 노자는 삼보(三寶)를 소개하며 우리도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해야 하늘의 뜻을 따르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바로 ‘자애로움’과 ‘검소함’, ‘겸허한 마음자세’입니다. 삼보는 보편성을 지닌 인간 본래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도 사랑과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검약한 생활태도, 하느님 앞에서 겸허한 마음을 가지도록 가르칩니다.

제 평생의 토착화 노력은 ‘종교대화’와 같이 걸어왔음을 고백합니다. 토착화가 문화적 식민주의에 떨어지지 않고 남을 남으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종교대화는 늘 함께 잡고 있어야 합니다. ‘복음화’와 ‘종교대화’는 하나로 혼합하거나 하나를 우위에 두려고 하기보다는, 그 내·외면적 음양의 조화를 존중하면서 함께 보존해야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다원적 문화 전통과 종교적 다양성은 토착화된 복음화와 종교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신학자들이 정신적 토양에서 자양분을 끌어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계속 발굴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연구상 수상 박준양 신부

"철학·신학, 현대에 더욱 필요"

현대인들은 기능적 삶을 추구하고 감각적인 것을 선호하며 살아갑니다. ‘철학’과 ‘신학’을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유물처럼 취급하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일수록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사명은 더욱 중차대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성 안셀모 성인께서는 ‘신학이란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저는 20년 전 신학생 때 처음 접했던 이 말씀을 지금껏 매일 되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하느님의 절대 진리를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갈망, 그리고 헌신적인 탐구의 여정을 뜻합니다. 우리의 믿음과 지성과 온 실존을 포함한 전인적 차원에서의 투신이며 추구여야만 합니다.

오늘날 정신적 방황을 겪는 수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이 진리 탐구의 아름다운 길을 제시할 것인가’는 바로 신학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이번 수상작은 이러한 동기에서 비롯됐고, 또 이러한 신학적 사색과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저의 진리 탐구 여정과 진리 추구 과정에 대한 큰 지지와 격려라고 생각하며 이 상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진리 탐구에 매진하며 신학 연구에 투신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제가 초지일관 성실하게 정진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 특별공로상 수상 백민관 신부

"자부심 갖고 후학 양성 매진"

한국가톨릭학술상 특별공로상의 수상자가 돼서 이 자리에 서니깐 기분이 괜찮습니다. 저는 57년 동안 신부로 살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상을 타본 적도 없습니다.

그동안 신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했지만, 그 작업은 ‘눈 위에 남은 기러기 발자국’과 같았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신문보도가 나와도 그저 한번 떠드는 것일 뿐,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처럼 눈이 녹으면 다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크게 섭섭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훌륭한 정신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심사위원들이 진짜 작품을 알아봐서(웃음) 수상자로 뽑아주고 불러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동안 상은 못 탔지만 하느님의 특별한 가호로 흰머리가 생겼습니다. 이것도 수상이겠지요. 성경말씀에도 나오지만, 흰머리는 노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처럼 반질반질하고 아름다운 까만 머리는 아니지만, 흰머리는 과거를 빛내주는 머리입니다. 흰머리를 볼 때마다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남은 삶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 축 사 ■

▧ 조규만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연구 열정·저술 활동에 감사"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로 본상을 수상하시는 김승혜 수녀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에서 유학하던 시절, 당시 교수님들은 그리스도교의 토착화 상황을 물으시곤 했습니다. 그러나 ‘로마보다 더 로마적인’ 한국교회의 입장을 새롭게 내세울 게 없었고, 또 한국인이면서도 우리 것을 너무 몰랐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 수녀님의 업적을 보니 그저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자이면서 후배이고, 동료 교수이기도 한 박준양 신부님의 연구상 수상 소식에도 많이 기뻤습니다. 신부님의 열정적인 강의와 계속되는 저술활동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시상식이 무엇보다 기쁜 이유는 존경하는 저의 은사이신 백민관 신부님의 수상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주교는 아무나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웃음). 그러나 신부님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신학교 학장직을 두 번씩이나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세권의 「백과사전」을 집필하셨습니다.

신학교 시절, 어느 날 신부님은 연못가를 맨발로 빙빙 도시더니 다음날 ‘발바닥’에 관한 강론을 해주셨습니다. 우리 몸에서 아주 작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분이지만, 몸을 지탱하고 걷게 해주는 등 크게 봉사하고 있다며 발바닥 찬양론을 펼치셨습니다.

신부님은 교회의 발바닥처럼 사셨습니다. 교회를 위해, 신학생들을 위해, 사제들을 위해 봉사하셨습니다. 우리는 신부님의 봉사에 맞갖은 보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좋으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갚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신부님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 조환길 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직무대행)

"수상자 업적에 진심어린 박수를 "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앙적 열성은 유럽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러나 신학분야의 학문적 기반이나 성과들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자들의 업적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본상 수상자인 김승혜 수녀님, 축하드립니다. 그리스도교 사상과 영성을 동아시아의 전통 안에 토착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신 수녀님의 열정과 노고에 진심어린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

연구상 수상자인 박준양 신부님, 축하드립니다. 신학여행 시리즈를 통해 신학의 대중화를 꾀한 신부님의 의도와 그 연구 업적에 진심어린 박수와 격려를 드립니다.

특별공로상을 받으시는 백민관 신부님께도 축하와 함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신부님의 평생은 그야말로 한국교회 학술 발전을 위한 헌신적인 삶 그 자체였으며, 팔순이 넘어 연로하신 지금까지도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범을 모이고 계십니다.

수상작인 백과사전 세 권은 15년이 걸린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그런 작업을 하셨습니까? 신부님께서는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후학들을 위해 우리말로 된 가톨릭 백과사전을 꼭 내고 싶었습니다. 평생을 신부로 살며 행복했는데 하느님과 교회에 진 빚을 갚아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 건강하신 이유는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지고 학문을 하실 뿐 아니라 하느님과 교회, 후배 사제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지셨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운영위원장 인사 ■

▧ 이성도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

"교회 학술 발전에 이바지"

올해로 제13회를 맞은 한국가톨릭학술상은 한국교회의 학술 발전에 공헌하신 관록 있는 학자들과 장래가 촉망되는 유수한 젊은 연구자들을 격려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가톨릭학술상을 위해 헌신해 주신 운영위원들과 수상작의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숙고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 학술계는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곳에서 하느님의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시는 저명한 학자 분들이 계십니다. 또 영성서적들이 출간돼 신앙생활에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톨릭 문학과 학술 발전을 위해 힘쓴 가톨릭신문사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빛을 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빛이 더 먼 곳까지 비추어져 교회와 신자들의 내적성장의 밑바탕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가톨릭신문사는 앞으로도 한국가톨릭학술상이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의 학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상이 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할 것입니다.

■ 후원사 인사 ■

▧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연구활동 격려하는 상 되길"

수상의 영예를 안으신 김승혜 수녀님과 박준양 신부님, 그리고 백민관 신부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조규만 주교님과 조환길 주교님, 심상태 몬시뇰님 등 모든 내빈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세정그룹은 지난 제11회부터 한국가톨릭학술상과 함께하며 한국교회의 발전에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고 뜻 깊게 생각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본 행사를 진행해 온 가톨릭신문사 실무자 여러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올해는 이 시대의 훌륭한 사목자 양성을 위해 일하시면서 늘 성실하게 가톨릭 학술 연구에 헌신해 오신 백민관 신부님께서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교회의 큰 경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가톨릭학술상이 많은 학자들에게 보다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여러 연구자들을 격려할 수 있는 상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 [왼쪽부터] 조규만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조환길 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직무대행), 이성도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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