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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 4. 유일한 희망, 주님을 향해 나아가라"

최창무(전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장) 대주교 인터뷰-사제의 해를 마감하며


  지난 3월 광주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최창무 대주교는 두어달 새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중책을 대과(大過)없이 마무리한데서 오는 홀가분함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빽빽한 일정표를 슬쩍 보여주더니 "백수(白手)가 과로사한다더라" 하며 웃었다.

 최 대주교만큼 '사제'에 대한 이해가 깊은 성직자도 드물다. 1970년부터 주교품을 받기 직전까지 24년간 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사제를 길러냈다. 서울 혜화동 신학교 교정에서 사제의 꿈을 키웠던 신부들에게 그는 여전히 자상함과 위엄을 갖춘 스승으로 각인돼 있다. 또 주교회의에서 오랫동안 성직주교위원장으로 일했다. '사제의 해' 기획 시리즈 마지막 순서로 최 대주교를 만났다.

▲ 최창무 대주교는 "사제의 희망은 그리스도 한 분 뿐이기에 오로지 그분만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목자의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여유롭다.
전대식 기자 jfaco@

 "사제의 해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교황청은 1년 전 바오로의 해가 끝나갈 즈음 우상으로 가득 찬 도시 아테네에서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한 바오로 사도(사도 17, 16-34)에 다시 한 번 주목했습니다. 세속화와 물질만능주의, 무신론이 만연한 오늘의 현실은 2000여 년 전 아테네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맏이' 사제들은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사제의 해입니다."

 최 대주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제2의 그리스도인 사제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바오로 정신"이라며 "복음을 선포하려면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열심히 성사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회 사제들에게는 장점이 많다"며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오로지 주님께 모든 희망을 걸고 전진하라"고 격려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년 전 사제의 해를 선포하면서 사제의 영적 완덕(完德)과 아울러 고유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셨습니다. 왜 영적 완덕이 중요한 것입니까.

 "도를 닦는 도사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완덕의 길이란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고 하신 부르심에 대한 응답입니다. 사제 본연의 덕은 사랑입니다. 사제는 성찬례 거행 때 주님을 대신해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사제가 사람들을 하느님께 인도하려면 사랑으로 내어주는 삶, 다시 말해 성사적 삶을 사는 겸손한 서비스맨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국교회 사제들의 영성 또는 영적 건강상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여러모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한국교회는 아직 어리기에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8ㆍ15 광복 후 한국군이 미군 장교들에 의해 양성됐듯이 한국 사제들 역시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양성됐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 성직자 양성 전통이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영적으로 건강한 사제 양성을 위해서는 양성자(신학대 교수진)를 양성해야 하는 과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제에 대한 신자들 기대치가 너무 높습니다. 심지어 본당 신부들에게 탁덕 수도승 같은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어긋나면 쉽게 실망합니다. 예수님 제자들 중에는 은돈 서른 닢에 스승을 팔아넘긴 제자(유다)도 있습니다. 자녀들 눈에 부모는 모두 완벽할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용돈을 잘 주는 친구 아버지나 예쁜 친구 엄마와 분명 비교할 겁니다. 그렇다고 부모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옛 교부들은 교회를 '거룩한 창녀'라고 말했습니다. 교회는 죄에서 해방된 의인들 모임일뿐만 아니라 죄 많은 인간들의 단체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사랑으로 이미 죄를 용서받았고, 또 용서받아야 하기에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서구교회에서는 사제 성추행 파문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 언론에 의해 극소수의 일탈 사례가 침소봉대될 때마다 신자들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참으로 불행한 사건입니다. 바티칸이 밝혔듯이 그런 일탈은 가차 없는 단죄와 질책을 받아 마땅합니다. 또 교회는 피해자 권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교회가 악을 비호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들의 영적 회개와 하느님 용서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리사이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또한 소수 범죄를 빌미로 교회를 더럽히려는 행위도 경계해야 합니다."

 -2009년 말 현재 복음화율이 10%를 넘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한국교회 사제들 특유의 열성과 희생정신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일이든 맡겨놓으면 열성적으로 해내는 신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24시간 일하는 신부를 이따금 봅니다. 밤늦게까지 사제관에서 신자들과 어울리는 등 성무와 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한국 근로자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생산성까지 최고는 아니지 않습니까.

 사제는 일과 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도 군중 속에 계시다 기도하시러 자주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그렇다고 본당 휴무일인 월요일에 전화조차 받지 않는 식의 쉼을 권하는 게 아닙니다. 사제는 아기를 돌보는 엄마처럼 일하면 됩니다. 엄마는 아기가 아프면 한밤중이라도 아기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틈나는 대로 쉬지 않으면 금세 녹초가 되기 때문에 아기를 돌볼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 사제 수는 4300여 명입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풍부한 성소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한 편에서는 성소 감소를 우려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풍부한 성소는 분명 하느님 선물입니다. 독일에 '선물에는 의무(책임)가 따른다'(Gabe-Aufgabe)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순교를 각오하고 바다를 건너와 복음의 씨를 뿌린 서양 선교사들 덕분에 오늘날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이제 한국 사제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대륙으로 선교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이 선물을 풍성하게 내려주신 데 대한 보답이자 우리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입니다.

 아울러 성 아구스티노는 「목자론」에서 '훌륭한 목자는 훌륭한 양떼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사제 성소의 싹을 틔우는 곳은 가정입니다. 신앙적 바탕이 좋은 가정에서 좋은 재목을 신학교에 보내줘야 합니다.

 우리 세대 부모들은 '너 그렇게 해서 신학교에 갈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셨지만 요즘 부모들 중에는 '너 그러려면 신학교나 가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부모가 있다면 맹성(猛省)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치인들 비난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나라 정치 수준이 바로 국민 수준 아닙니까. 사제 양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 사제들은 장점이 많습니다. 반대로 아쉬움을 피력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칭찬하고 싶은 장점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단점을 꼽는다면….

 "업무 수행이 민첩하고, 어떤 일이든 조직적으로 해내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사제들에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기도와 성사적 삶이 부족한 게 그 예입니다. 성사적 삶이란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통해 보여주셨듯이 가난한 이들, 구원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내어주는 삶입니다. 사제는 이웃에게 하느님 선물이 돼야지 지도자 또는 관리자가 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원로 목자로서 사제들에게 격려와 희망이 될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십시오.

 "열심히 사는 모습은 늘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왜 열심히 사는지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또 지금 불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제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제로서 무엇을 기대했기에 절망하고 있습니까? 매일매일 새롭게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우리의 희망은 그리스도 한 분밖에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필리피 공동체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펴보십시오. 복음을 선포하다 옥에 갇힌 바오로는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지금도,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필리 1,15-21)하고 고백했습니다. 또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하고 말했습니다. 사제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구절입니다."

 -사제의 영적 완덕을 위해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기도를 봉헌해 주십시오. 그리고 사제들이 올바른 신원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바른 소리를 해주십시오. 비방은 쉽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건전한 비판과 격려를 부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색적 질문을 던졌다. "사제는 □□□다. 그리고 사제는 □□□로 산다"에 빈칸을 채워달라고 했다.

 최 대주교는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제는 성체성사로 산다"고 대답했다. 매일 성무일도를 열심히 바치고, 미사를 정성스럽게 봉헌하면 그 속에서 사제의 존재 이유와 사제직의 은총이 절로 살아난다는 것이다.

 또 "사제들이 한데 모여 성시간을 갖고, 신자들이 사제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한 것만으로도 사제의 해는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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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요안나입니다,
저는 광주 교구 송정2동 원동 본당에
다닌  신자인 요안나입니다,
여렸을때 신동에 다녔다가
현제는 원동에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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