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5 23:05

"사랑한다고?...."

조회 수 57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엄마!~~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어눌하고 모기만한 작은 엄마의 음성이 내 귓가에 맴돈다

난 울엄마가 그리 쉽게 사랑한단 말로 응대해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엄마 곁에 있었던 동생이 큰소리로 웃으며 하는말

산삼인 나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라며

"언니! 어떻게 하면 엄마가 그렇게 하는거야"
"그건 비밀이지 아무나 하는거 아닌데..."
ㅎㅎㅎㅎㅎㅎ

 

얼굴 마주보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 

어르신들에게는 그리 능청스럽게 많이도 했던 말인데

"엄마!  사랑해!"

요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인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거라는 생각에

쑥스럽지만 용기를 내어 한 번 해 본 말이었는데

울엄마는 기다렸다는듯이

"나도 사랑해!"

비록 핸폰이지만 이 짜릿함이란 첫사랑의 속삭임처럼 달콤했다.

 

친정 다녀오는 길에는  항상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한다.

정신없이 다니다가 깜빡 했다가는

그 침침한 시력으로 엄마가 거꾸로 전화를 하신다.

어린아이가 길을 나선 것처럼 늘 불안한가보다.

그런데 요즈음은 엄마에게로 날마다 출근을 하니

 단비가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아야만 주무신다고 도착하면 곧바로 전화를 하란다

 

2시간을 넘게 달려오는데 엄마에게는 넘 긴 시간이기에 조금 앞당겨

도착하기 20분 전에 버스안에서 전화를 한다

"엄마 도착했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푹 주무시고 내일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그래 엄마도 사랑한다"

 

점점 또렷해지는 음성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더욱 더 행복하고 습관처럼 우리는 사랑을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전화를 받자마자

"사랑한다 우리딸! 오늘도 힘들었지 어여 쉬고 내일 또 만나자"며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해...사랑해"를 난발하신다.

 

손녀와 통화를 할 때도 "사랑 해!~" 하니

손녀가 넘 좋아라 하면서도 확인이 들어온다

"할머니!~~사랑한다는 말은 누구누구한테 하시나요?"
"너 한테만 하지!"
옆에서 지켜보는 삼남매 소리죽여 하하하호호호 웃으며 하는 말

하여튼 울엄마의 지혜는 아무도 못 따라 간다니까

 "엄마!~~그러면 안 되지요?"

"아니다 그래야 손녀 기분이 좋지 않겠니?"

마자요!~~마자!~~~엄마 말이 마자요!

 

그러던 어느 날 형님이 대수술을 한다는 소식이 왔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방향을 바꾸어 형님이 수술하는 병원으로 향한다

짬짬이 엄마에게 폰을 했지만 재활운동 중이라 안 되고 식사 중이라 연결을 못 하고

이번에는 엄마가 주무신다고 하여 온종일 단비의 음성을 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통화 중에 엄마가 눈을 살짝 뜨셨다고  목소리 좀 들려 드리란다. 

"엄마!~~오늘은  넘 늦어서 집으로 바로 갈께요 푹 주무시고 내일 만나요 엄마!~~사랑해요!~~"

"오늘은 사랑 안할거다. 너나 사랑해라"

"엄마!~~~사랑해!"

"오늘은 사랑 못한다니까"

 

울엄마가 삐졌나보다 내일 보면 될터인데

그래도 단비가 막무가내로 보챈다

"지금 버스 안이란 말이예요 엄마!~~사랑해요!~"

"사랑은 너 혼자 하라니까 나는 오늘 사랑 안 할란다"

"아이!~~엄마 사랑한다구요"

"사랑한다고?...."

"사랑 안한다 너 혼자 많이 사랑해라"

 

한참 후 다시 전화를 해서 동생에게 물어 본다

"내가 못간 이유를 설명해 드렸니?"

"그런데 왜 화가 나셨을까?"

동생이 엄마에게 여쭈어 보니

둘이서만 통화하고 엄마는 바꾸어 주질 않아서 서운했다고 한다.

 

그것도 잠시 세 번째 통화를 시도한다

"엄마!~~~사랑해요!"

"사랑해!~~~잘 자고 내일 만나자!"
"에그!~~엄마는 날 놀리고 진짜 그럴거예요!~"

"오늘도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그럼 자고 내일 만나자 사랑해!"

 

단비의 하루는 또 이렇게 추억속으로 풍덩!~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