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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욕심을 주님 앞에, 나의 교만을 주님 앞에, 나의 모든 것 주님 앞에,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글 심보연 엘리사벳

더위가 잠시 머물러 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더위가 머무른 자리에, 가을을 안은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살다 보면, 사랑보다는 욕심이, 믿음보다는 교만한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하루하루 예리코 성벽을 도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주님 앞에 놓여 있는 사랑과 믿음의 성벽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를 만난다. 오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독자들과 만나는 이는, 가톨릭 생활성가 가수 심보연 엘리사벳이다. 그에게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지금여기> 독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가톨릭에서 찬양사도로 활동하고 있는 심보연 엘리사벳입니다. 제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먼저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2015년 cpbc평화방송에서 주최하는, ‘제15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를 통해 생활성가 가수로 입문하게 되었고, 당시 대회에서 감사하게도 최수우상(팀명: 혜음/ 곡명: 당신만이 나의 하느님)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 2018년 직장을 다니던 중 예수님을 뜨겁게 체험을 하고, 그해 5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온전히 주님을 노래하는 찬양사도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후에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정규 앨범은 없지만 함께 참여한 앨범(은혜의 뜰, 찬양사도협회 첫번째 프로젝트 앨범 Amazing Love 등)과 디지털 싱글(빈무덤,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을 발표하였습니다.”

심보연 엘리사벳. (사진 제공 = 심보연)
심보연 엘리사벳. (사진 제공 = 심보연)


서울 동자동에 위치한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는 2016년부터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음악피정이 열린다. 생활성가 가수 이형진 가브리엘 씨와 그와 함께하는 많은 생활성가 가수와 연주자로 구성된 성가인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지는 피정 형식의 음악회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 한 장의 찬양 앨범이 나온다. 그 앨범에 들어 있는 성가 중에, 심보연 엘리사벳의 기도가 들어 있는 ‘주님 앞에’ 곡에 대해 물어본다.

“이 곡은, 여호수아기 6장에서 예리코 성벽이 무너짐을 묵상하며 쓴 글입니다. 여호수아의 말에 따라 성읍을 도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 나는 어떤가 묻게 됐습니다. 그때에 저는 욕심 때문에 말씀을 들을 수 없고, 교만 때문에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두려움 때문에 도망갔던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끄럽고 죄스런 모습이지만 이 또한 주님 앞에 내려놓고 오직 주님 안에 살아가기를 청하며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글입니다. 그 다짐은 어느덧 무뎌지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주님께 청합니다. ‘주님 저의 모든 것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게 하소서’라고요”

심보연 엘리사벳의 간절한 기도를 영상속의 음악으로 만나보자.


'주님 앞에', 글, 노래 : 심보연 엘리사벳. 작곡 : 이솔이, 편곡 : 윤순


때로는, 내 희망의 모든 것이 소리의 간절함보다는 침묵의 기다림으로 만날 수 있고, 내 믿음과 사랑의 대상을 가까운 시간 안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철학자(니체, "선악의 저편") 말처럼, ‘사람이 궁극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지 그 욕망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예리코 성벽을 돌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려 하는, 그녀의 침묵의 기다림을, 나는 듣고 있다. 그녀에게 요즘 근황을 물어본다.

“현재 정기적으로는 ‘군종후원회 미사’와, 둘째 주 토요일 ‘성 분도 은혜의 뜰 음악피정’, 셋째 주 토요일 ‘문경 성요셉 치유마을 다볼 사이버 찬양 성당’ 등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요, 그리고 가톨릭찬양사도협회에서 기획분과를 맡으면서, ‘AlmaArt 가톨릭 문화원’이 주최하면서 후원하는 '찬양, 거룩한 기쁨'에서, 가톨릭찬양사도협의 주관으로 열리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음악회 기획팀에서 FD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부르시는 곳에서 늘 기쁘게 주님을 찬양 합니다.”

가톨릭 안에서 생활성가 혹은 모든 성가음악에, 참여하여 찬양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나에게 그러한 은총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전합니다’라고 외치는 사도 바오로처럼, 노래하는 생활성가 가수로서, 은총과 풍요를 만들어가는 사도의 마음가짐으로써, 그녀의 노래, 미소, 따듯한 말, 그녀의 찬양 속에는 그러한 모든 것이 녹아 있다. 성가인으로서 감사와 보람, 그리고 기억나는 일들에 관해 물어본다.

“제가, 성가를 찬양하는 모습 이전에, 저는 속물 같은, 혹은 현실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보단 돈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제가 주님의 도구로, 지금을 살아가는 저를 볼 때면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저도 주님의 이름을, 주님의 말씀을 노래로 찬양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는 제가 누군가를 빛나게 해 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늘 중심에 있어야 했던 제가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 자리를 내어줄 때 더욱더 마음이 커집니다. 그중 하나가 지금 가톨릭찬양사도협회에서 함께하는 '찬양, 거룩한 기쁨'(매월 둘째 주 목요일)을 함께 준비하면서 한 회, 한 회 할수록 어려움보단 기쁨이 더욱 커져서 제가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심보연 엘리사벳. (사진 제공 = 심보연)
심보연 엘리사벳. (사진 제공 = 심보연)


“그리고 오빠(가톨릭문화원 신상훈 시몬)를 통해서 시각장애인 자매이신 황인숙 마리아 씨 레슨을 하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자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하면서 제가 노래를 가르치는 보람보다는 자매님을 통해 얻는 기쁨이 더욱더 큽니다. 저에게 배울 것이 많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늘 고맙다고 환한 미소로 말씀해 주시는 자매님을 보고 있자면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지금 스쳐갑니다. 이스라엘 성지 순례, 제주도 성가 버스킹과 미사, 피정 안에서 눈물 흘리며 고백한 성가, 주님께 저를 봉헌하고 주님의 도구로 써 달라고 처음으로 고백한 날 등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스쳐갑니다. 이 인터뷰를 하며 주님께서 너무나 많은 선물을 주셨음을 느끼고, 더욱더 겸손하게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십니다.”

때로는 겸손의 마음으로 노래를 하는 생활성가 가수의 마음으로, 때로는 필연적 역사적 소명을 지닌 사도들의 움직임처럼, 그렇게 두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많은 성가인이 있다. 2015년 가톨릭평화방송 창작생활성가제 이전의 그녀의 모습은, 서로 다른 곳에 있던 두 이방인들의 접점이었을지도 모른다. 찬양의 모습을 하고 있던 속물 이방인과, 속물이지만 영혼 깊숙이 기도의 찬양을 하는 또 다른 이방인의 새로운 충돌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다른 이방인의 세계로 들어왔던 2015년 찬양의 시작점으로 들어가 본다. '제15회 cpbc창작생활성가제' 최우수상 수상곡인 ‘혜음’의 ‘당신만의 하느님’을 나눠 본다. 모든 것이 주님 안에서 의미가 있다고 고백을 담은 성가로 이형진 가브리엘 작사와 최은영 스텔라 작곡으로 완성된 성가다.


'당신만이 나의 하느님', 글 : 이형진, 곡 : 최은영, 노래 : 혜음(惠音)


그녀의 인터뷰는 녹음실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터뷰 중 노랫가락이 흘러 나온다. ‘사랑이 머무르니 온 세상이 변했어요.’(황인숙 마리아 글, 하느님 머문 자리) 황인숙 마리아의 네 번째 앨범을 한참 녹음 중이다. 그녀는 마리아 자매의 보컬디렉터다. 그녀에게 ‘영감을 준 성서 구절이 있냐’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시편을 얘기한다.

‘내 노래가 그분 마음에 들었으면! 나는 주님 안에서 기뻐하네’(시편 104)

하늘에서는 모든 것이 완성의 모습으로 있다, 그러한 하늘의 모습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주님의 기도’처럼, 시편 104장은 비로소 하늘 세계의 찬미를 온 땅 위에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이기도 하다. 나의 기도는 땅 위에서 기도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가톨릭 생활성가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나 바라고 싶은 점,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관해 물어본다.

“먼저 선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어려운 길을 지금까지 지켜 주셔서 제가 이 길을 걸어 갈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많은 선배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서 저 또한 끝까지 함께하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누구보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기에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아끼면서 누구보다 아픈 마음 만져 주는 우리가 되기를 청하고 희망합니다. 성가 가사처럼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뒤쳐지면 끌어 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실천 하겠습니다.”

“늘 저에게 계획을 물어보시면 무계획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당장 내일 일도 잘 모르는 때가 더 많거든요. 처음엔 막연히 두려웠지만 지금은 배짱이 커진 건지 뻔뻔함이 있는 것 같아요. 주님께서 알아서 해 주실거라는 배짱만 커져서 그런 걸까요? 대신 늘 준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다만 계획보단 바람이 있다면 성가인으로서 분별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주님을 노래하며 아무거나 무조건이 아닌 잘 식별하고 행동하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지혜를 청하며 이 인터뷰를 마무리 합니다.”

가을이 온다는 것은, 더위가 잠시 머물렀다 떠나갈 수 있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잠시 머문다는 것은, 어디론가 떠남을 의미한다. 믿음 안에 항상 머무를 수 없다. 사랑 안에 항상 머물러 있을 수 없듯이. 주님의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 모르듯, 우리의 믿음과 사랑은 예리코 성벽을 도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늘, 떠돈다. 어제의 머무름보다는 내일이라는 희망을 지닌 떠남을 그려 본다. 침묵의 걸음이, 절규의 외침보다, 강함을 믿으며, 오늘도 그녀의 묵묵하고 미소 짓는 얼굴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심보연 엘리사벳. (사진 제공 = 심보연)
심보연 엘리사벳. (사진 제공 = 심보연)


심보연(엘리사벳)

제15회 cpbc창작생활성가제 최우수상 수상(팀명: 혜음, 곡명: 당신만이 나의 하느님)
'은혜의 뜰' 음반, 디지털 싱글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 ‘빈 무덤’ 발표
현) 은혜의 뜰 음악피정, 성 요셉 치유마을 다볼 사이버 찬양성당 활동 중
현) 가톨릭찬양사도협회 기획분과장



신상훈(시몬)
Alma Art 가톨릭문화원 음악팀장 1999년
신상옥과 형제들 창단멤버 1992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98년
sbs효과실 음악감독 1998년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2015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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