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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거친 유다 땅에 있다. 때론 의지할 곳 없이 황량하고, 서로 친구가 되려 하니 오히려 멀어지기도 하는 곳. 가톨릭 생활성가 환경은 거친 유다 땅처럼 메말랐다. 적어도 1999년에는 그랬다. 우리의 노랫소리는 약했다. 세상 유혹에 달콤했던 그때, 우리는 노래로 모였다. ‘그분은 커져야 하고, 우리들은 작아져야 합니다’라고 광야에서 외쳤던 세례자 요한처럼, 가톨릭 생활성가 환경에서 그분을 닮고자 했던, 그리고 그분의 삶을 작게나마, 노래로써 살았던 이를 만난다.

(왼쪽부터) 최태형 안셀모, 신상훈 시몬. (사진 제공 = 신상훈)
(왼쪽부터) 최태형 안셀모, 신상훈 시몬. (사진 제공 = 신상훈)


오늘은 가톨릭 생활성가 음악인의 자랑이자, 내가 그를 만나면 늘 붙이는 수식어, ‘가톨릭 생활성가, 최고의 논객’ 수원교구 최태형 안셀모를 만난다. ‘주님 당신께 맡기나이다’, ‘마침 영광송-아멘’, 제2회 CPBC 창작성가 대회에 OnE Voice의 노래 ‘주님을 찬미해’ 모두 그가 만든 노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독자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최태형 안셀모입니다. 전공을 잘 살려서(컴퓨터공학) IT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는 연구원입니다. 생활성가는 중학교 시절 성당(서울 잠실 성당)에서 중고등부 미사 때 처음 부르기 시작하면서 접하기 시작했고, 1989년도 한국에 왔던 Gen Verde(포콜라레의 국제 여성 퍼포먼스 그룹)의 공연을 본 것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안산에서 교리교사를 하며 미사반주와 미사곡 작곡을 시작을 했어요. 대외적인 활동(데뷔?)은 1997년 바오로딸 창작성가 공모(5회)에 출품한 곡(대영광송, Gloria라는 제목으로 수록)이 음반 녹음되어 나온 것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999년도에 있었던 제1회 CPBC 창작성가 대회에 밴드 OnE의 기타 연주로 참가, '주의 사랑과 권능으로'라는 곡으로 은상을 수상했고, 2000년 제2회 CPBC 창작성가 대회에 OnE Voice라는 혼성 4인조 보컬팀으로 참가했습니다. '주님을 찬미해'라는 곡을 작사, 작곡, 편곡, 테너 파트로 노래도 했고, 이때도 은상을 수상했네요. 2002년부터는 밴드 OnE으로 수원교구 내 각종 교구청년 행사, 본당 행사 등에서 미사를 중심으로하는 음악 봉사를 해왔습니다. 2019년 2월 'The First OnE'이라는 타이틀로 첫 번째 음반(미니앨범)을 냈습니다.

위 소개에서 언급되듯이, OnE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워십과 기도, wOrship aNd praisE의 뜻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the ONE God with ONE heart On Evangel의 뜻으로, ‘복음으로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한 분이신 하느님께 경배와 찬양을 드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구성원 20여 명과 함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cpbc평화방송 제2회 창작생활성가제’에 입상했던, ‘주님을 찬미해’ 곡에 대해 물어본다. 내 기억 속에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던 노래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CCM 아카펠라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1회 대회 입상 이후에 저 개인적으로도 '작곡가'로서 뭔가를 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거 같고요. 중학생 때부터 봐 왔던 인희(생활성가가수 김인희 유스티나)랑 인희 동생 인선이, CCM 동호회로 알게 된 향걸(생활성가가수 이향걸 실베스텔)이랑 함께 노래를 불러야겠다 생각을 했죠. 당시 팔레스트리나에 마르첼리 미사곡이나 미국 CCM 아카펠라 그룹들 음악을 많이 들었고요. 내심 리듬이나 효과음 등을 넣는 모던 아카펠라도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능력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화성적이면서도 다성적인 '느낌'을 낼 수 있는, 비교적 전통적인 느낌의 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만큼, 그가 가지고 있던 영상 또한 흐릿하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만큼은 살아 있는 그림이다. 함께 나눠 본다. 2000년 cpbc 제2회 창작생활성가제 실황 장면이 잠깐 흐른 후에, 디지털 음원에 담겨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나눠 본다.


곡목 : 주님을 찬미해, cpbc 제2회 창작생활성가제 입상곡. 글/곡 최태형 안셀모, 노래 : OnE Voice(최태형 안셀모, 김인희 유스티나, 김인선 젬마, 이향걸 실베스텔)


그에게, 그와 함께 만났던, 1999년 겨울을 생각하며, 그때의 최태형 안셀모에 대해 물어본다. 그는 ‘서울대교구 굿뉴스 자유게시판’에서 생활성가(그 당시 가톨릭 CCM) 최고의 논객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논객은 무슨.... 당시 음악 잡지들을 즐겨봤는데, 거기서 나오는 음반 리뷰들을 한국가톨릭대중음악에 대해서도 해 보자....는 게 주된 목적이었죠. 좋은 비판이 더 좋은 음악을 만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오는 음반의 수 자체가 많지 않은 시기여서 나오는 음반마다 열심히 들어 보며 개인적인 느낌들을 나름 분석적으로 적어 보려고 노력했었어요. 좋은 결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 그 당시 관심을 많이 받았던 음반에 대해 좀 강하게 비판을 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음반을 만든 분께 좀 세게 항의를 받았어요. 교회 공인 비평가라도 되길래 그런 글을 쓰냐는 말까지 들었거든요.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아팠던 표현들은 좋지 않은 반응을 낳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쓰지 않아요.”

노래 선율에 침묵이 잠시 머물고, 그 침묵으로 노래 선율이 살아나듯이, 잠시 쉬어 간다. 그의 거침 없었던 한마디 한마디가 그립고, 지나간 시간 또한 그립다. 아우구스티노의 말처럼, "마치 노래를 할 때 정해지고 규정된 간격의 침묵을 조정하는 것은, 비록 소리가 결핍되었다 하더라도, 노래 부를 줄 알며 모든 달콤한 노래에 무언가를 합치는 사람에 의해 제대로 질서 잡히는 것과 같다."("마니교도 반박 창세기 해설, 창세기 문자적 해설 미완성 작품", 정승익 역주, 분도출판사)

노래 속에 침묵이 있고, 바람 속에 고요가 있듯, 다시금 그의 생활성가 전반에 걸친 사랑이 깃든 충고가 이어지길 바란다. 그에게 소개 글에서 언급한 같은 이름(OnE)의 다양한 팀들에 관해 물어본다. 그리고 성가인으로서 보람과 기억에 관해 물어본다.

“뭔가 오해가.... 많은 팀을 하지는 않고요. 1999년부터 계속 밴드 OnE의 멤버로서 활동 중입니다. 안산에 팀 연습실이 있고, 별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한번 합주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보다 미사 안에서 함께 하는 음악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어요. 만드는 곡들도 미사통상문과 화답송으로 부를 수 있는 시편 성가 위주고요. 그 외에.... 보컬팀 OnE Voice는 계속 한다고 하기에는 2000년 이후 20년 이상 함께 모여서 노래한 적이 없었네요. 다들 각자 바쁜 친구들이라 같이 모이기도 쉽지 않고.... 최근 어떤 본당 행사에서 우연치 않게 모여서 함께 노래하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는 미사의 감동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사실 미사에 음악이 없어도 미사의 은총에는 덜함이 전혀 없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좋은 음악이 있을 때 좀 더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종의 촉매랄까? 제 곡 중에 통상문 미사곡으로 '마침 영광송-아멘'을 제 생각보다 많이 부르고 있더라고요. 종종 미사 때 '아멘'을 부를 때 너무 좋다는 감상들을 전해주시는데, 그런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가 보는 성당에서 제가 쓴 미사곡을 부르고 있을 때도 정말 기뻐요. ㅎㅎ”
'마침 영광송-아멘', 최태형 안셀모 곡, 상촌 성당 청년성가대 사나래.


온전히 그분을 기억하고 찬양하는 우리의 노래들이, 목적지 없는 여행처럼 떠돌 때가 많다. 그에게 생활성가는, 미사 안에서, 전례 안에서 그분을 기억하고 찬양하는 곳에 늘 함께한다.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에서, 그저, 모임과 잔치만을 위한 공동체에 나무라듯이,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예식’을 하는 것이 바오로가 바라던 교회 공동체였다. 최태형 안셀모에게도 찬양이란, 사랑과 기억의 노래다. 때론 도착지 없는 여행이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그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 지향하는 음악세계를 물어본다.

“성가에 있어서 저의 관심은 전례에 집중되어 있어요. 제가 쓴 (통상문) 미사곡들을 녹음하는 것이 일단의 계획이자 목표고요. 최소한 주일 미사에 해당하는 화답송 전체를 노래로 만드는 것, 그 외에 입당송, 영성체송도 활용하고 싶고....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어린이 미사곡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익숙한 성가곡을 편곡해서 연주한다던지, 기존 성가곡에 쓰이던 가사를 활용하여 새로운 곡을 만든다던지.... 그런 것을 하고 싶어요. 음악 장르는 아무래도 밴드 기반의 음악을 하고 싶고 하게 되겠지만, 아카펠라도 계속 마음이 가네요.”

“어려서부터 하고 싶던 것은 프로그레시브 록이었지만.... 음악적 능력이 거기에는 못 미치는 거 같네요. 이탈리아 그룹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e)의 마태수난곡(Passio Secundum Mattheum) 같은 것을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에 저런 음악을 접목하고 싶었어요. ㅎㅎ”

내가 그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팝음악이다. 대학 때 시완레코드에서 ‘New Trolls’ LP판을 사며 흐뭇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웃는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Latte E Miele’의 "Passio Secundum Mattheum" 앨범에 있는 Il Pianto를 듣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 가톨릭문화원 아침 묵상글이 문자로 온다.

‘매일 조금씩 다르게 변화할 것이 있는지 두리번두리번 제 자신을 살펴봅니다.
인생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이 되어야
시몬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2022.10.6. ALMA ART 가톨릭문화원 아침묵상글

마지막으로 그에게 힘이 되는 노래 혹은 성경구절을 물어본다.

“성경 구절보다, "노래를 잘하는 것은 두번 기도하는 것이다 Qui bene cantat, bis orat"라는 격언(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으로 알려진)을 항상 생각해요. 여기서 핵심은 노래를 '잘'하는 것입니다. 노래를 잘할 때, 부르는 사람이 한번, 듣는 사람이 또 한번.... 그렇게 두번 기도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했거든요. 성가인들은 그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성가는 두 배의 기도'가 아니라는 거죠. 비록 듣는 이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더라도, 성가인은 항상 '잘' 부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봐요. (영과 육을) 항상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는 거죠.

성경 구절로는 요한 복음 3장 30절 "그분이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는 말씀을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삶은 어쩌면, 어제의 나와 싸우는 오늘 내 모습의 연속이다. 이미 지나간 어제이지만, 내 노래로, 기억과 침묵의 시간 안에서,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될 수 있듯이, 그가 말하듯, ‘잘해야 합니다’라는 말은, 지나간 시간 안에 있던 그분을 기억하고, 내일에 계실 그분처럼 살고 싶다는 말이다.

김수영 시인의 말처럼, 바람이 불어도 풀은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때론 악의 부지런함에 흔들리고, 선의 게으름 때문에, 힘에 부치더라도 살아가자. 그가 말하는 ‘잘해야 합니다’라는 말은, 삶에 대한 자기 고백이자, 신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이다.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처럼. "그분이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최태형 안셀모. (사진 제공 = 가톨릭찬양사도협회)<br />
최태형 안셀모. (사진 제공 =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최태형 안셀모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졸업(공학박사)
제5회 바오로딸 창작성가공모 입선(gloria)
제1회 CPBC 창작성가제 은상 수상(OnE, '주의 사랑과 권능으로')
제2회 CPBC 창작성가제 은상 수상(OnE Voice, '주님을 찬미해')
제6회 CPBC 창작성가제 본선(박정선, '일상')
미니앨범 The First OnE 발표
수원교구 청소년 청년 성가집 '야훼이레' 편집



신상훈(시몬)
Alma Art 가톨릭문화원 음악팀장 1999년
신상옥과 형제들 창단멤버 1992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98년
sbs효과실 음악감독 1998년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2015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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