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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성가의 기쁨] 임석수 신부 (하)

사제의 삶 묵상하고 깨달음 가사로

발행일2018-03-11 [제3085호, 13면]

■ 그 길 

“내가 가는 길 십자가의 길 그러나 그 길은 사랑의 길” 

1990년 사제수품을 앞두고 피정에 임하던 중이었다. 동기 중 한 명이 피정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걷는 이 길이 어떤 길인가?’에 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신학교 들어오기도 쉽지 않고 사제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사제품을 받고도 수많은 유혹과 어려움에 직면하고 그것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동기가 그만두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많이 묵상했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묵상하며 그렇게 만든 곡이 ‘그 길’입니다.” 

작곡자의 뜻과는 다르게 가사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 길’의 경우에도 한 단어가 바뀌어 널리 알려졌다. ‘영광’이 ‘은총’으로 바뀐 것이다. 

“‘그 은총의 길’이라는 가사는 원래 ‘그 영광의 길’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영광’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을 뜻합니다. 사제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영광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가사가 ‘은총’으로 바뀌어서 널리 알려졌는데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괜찮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는 것은 나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나의 의지와 하느님의 은총이 만날 때 비로소 우리의 길은 완성될 수 있다. 

“의지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간에도 서로가 존중하고 보호 해 줘야 가정이 지켜지듯이 사제의 길도 가만히 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제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제의 의지와 노력이 하느님의 은총과 만날 때에 ‘그 길’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가난함을 주소서 

“오 주여 나에게 가난함을 주옵소서” 


물질의 유혹 앞에 조심하겠다는 마음을 담은 ‘가난함을 주소서’는 군 복무 시절 만든 곡이다. 신학교로 돌아가기 전 사제의 삶을 묵상하면서 가난하지 않으면 그 길을 올바르게 걸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 

“사제는 부를 멀리하고 가난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제대를 앞둔 시점에서 가난의 영성에 관해 묵상하는 시간이 늘었죠. 물론 제가 가난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닙니다. 부족함 없이 지냈죠. 그런데 그것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는 동안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기침만 해도 몸에 좋은 것을 챙겨주는 본당 신자들의 보살핌 속에서 받는 것에 익숙해진 모습을 발견했다. 

“어느 날 조카가 사제관에 놀러 와서는 ‘우리 삼촌 부자다’라는 말을 했어요. 사제관이 어느새 부족함 없이 차 있었죠. 가난을 향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받는 것에 익숙해진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가난함을 주소서’는 그런 저의 지향이자 기도가 되는 곡입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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