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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예술인] 카운터테너 이상준 (페트로낙스) 교수
여성의 부드러움과 남성의 강인함으로 찬미 노래


       2018. 06. 24발행 [1470호]


    



1995년 개봉한 영화 ‘파리넬리’에는 음악을 위해 남성을 포기해야 했던 한 카스트라토의 슬픈 초상이 그려져 있다. 카스트라토는 어린 남자아이를 거세해 변성기를 거치지 않게 함으로써 여성의 소프라노나 알토 소리를 내는 성악가다. 16~18세기만 해도 유럽에서 여성은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어 여성 역할에 카스트라토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정상적인 변성을 거친 남성이 가성(假聲)으로 알토에서 소프라노 사이의 음역을 구사하는 이를 ‘카운터테너(counter tenor)’라고 한다.
 

성악가 이상준(페트로낙스, 40)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ㆍ성음악아카데미 외래교수는 국내에서 점점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카운터테너다. 2003년 제3회 한국 카운터테너 정기 연주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해온 주요 연주 활동만 120여 회에 이른다. 이 교수는 또한 클래식 음악 및 성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팝페라’에도 눈을 돌려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팀과 공연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운터테너 4인조 앙상블 ‘그리심(Grisim)’을 결성,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심은 ‘하느님께서 그리심’이란 뜻입니다. 동료들이 전부 그리스도인이어서 붙인 이름이에요. 카운터테너 앙상블을 구성한 건 클래식과 고음악은 물론,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노래도 연주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다양한 색채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그리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 교수가 카운터테너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이는 없었다. 부모님이나 친인척 중에도 음악인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피아노 개인지도를 잠시 받은 것 외엔 악기를 배운 적도 없다. 다만 노래하는 것엔 흥미가 있었다. 그는 록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에 대학생 때 학교 밴드 활동을 했다.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해 록 보컬을 배웠다. 이때 학원 강사가 보컬리스트 김명기씨다. 옥주현ㆍ휘성ㆍ거미 등 많은 가수를 배출한 김씨는 SM엔터테인먼트 보컬트레이너. 김씨는 당시 학생이던 그에게 ‘희망의 한마디’를 해줬다.
 

“선생님은 늘 ‘인간의 소리는 개발에 의해 음역 신장을 이룰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해줬어요. 모든 학원생에게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툭 던진 한마디가 제겐 ‘인생의 한 마디’가 됐지요.”
 

이 교수가 카운터테너를 알게 된 것은 한 장의 CD 덕분이다. 군 복무 중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의 음반을 접했다. 그는 카운터테너의 노래를 처음 듣고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에 빠졌다. 록 보컬이 남성 우월주의적인 느낌이었다면, 카운터테너는 암컷보다 화려한 ‘수컷 공작새’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음악적인 기교도 뛰어났다.
 

제대 후엔 카운터테너가 되고자 상명대 성악과로 편입했고 졸업 후에는 유학을 떠났다. 이 교수는 독일 트로셍엔국립음대와 에쎈폴크방예술종합대, 안톤루빈슈타인 국제음악아카데미에서 성악과 중세음악, 고음악 등을 공부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교구 대치4동본당 청년 미사와 의정부교구 대화마을본당 교중 미사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원래 개신교 신자였던 이 교수는 신호철(베드로) 트리니타스합창단 단장의 권유로 서울 청파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 교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개인의 재능이 쉽게 알려지는 시대인만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해 정진하라”고 조언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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